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 에포크 Dec 02. 2022

일상의 소중함 <그러면, 거기.>

장 줄리앙의 전시회에 다녀와서

저번 주 아이들과 남편의 특별한 배려로 시내에서 친구와 하루 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날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평소 눈독을 들였던 전시회에 가고 싶었다.

장 줄리앙의 전시회 《그러면, 거기》.


처음 알게 된 이 작가는 현재 파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래픽 아티스트이다.

 줄리앙은 1983년 프랑스 낭트에서 태어났다. 2010년 영국의 왕립 예술 학교를 졸업하고 그는 일러스트, 사진, 영상 등의 분야뿐만 아니라 의상, 설치작품, 도서, 포스터, 심지어 스케이트보드의 디자인까지, 매체와 분야를 넘나들며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다. 파리, 런던, 브뤼셀, 로스앤젤레스, 뉴욕, 샌프란시스코, 베를린, 도쿄, 싱가포르, 그리고 서울 등 세계 각국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뉴욕타임스, 뉴요커, 내셔널지오그래픽과 같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매체에 실렸으며 그는 다양한 브랜드와 꾸준히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줄리앙 지난달 30일 전시공간에서 작품설명을 하고 있다.(출처_아트코리아방송, 김민호 기자)


밝고 유쾌한 분위기 덕분인지 가족이나 친구들, 데이트 코스 등으로 한국에서도 꽤 인기가 많은 전시회이다.

이 전시회는 세계 최초로 열리는 그의 대규모 회고전이라고 한다. 왜 하필 프랑스 작가인 그는 자신의 첫 대규모 회고전을 고국이 아닌 지구 저편의 한국이란 나라에서 열 생각을 했을까?

이번 전시는 장 줄리앙의 15년 이상 친구인 허재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함께 기획했다고 한다. 작가의 100권의 스케치북과 회화, 조각, 영상 미디어 아트까지 약 10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처음가본 DDP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재밌는 조형물로 전시회장이 익살스럽고 자유롭다.
여태껏 그려온 100권의 스케치북과 사방의 벽을 가득메운 일러스트 드로잉들.

웃을수밖에 없었던 공감가는 드로잉들.


전시장은 ‘100권의 스케치북’, ‘드로잉’ ‘모형에서 영상으로’, ‘가족’, ‘소셜 미디어’ 등 12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회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비판적인 성격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기보다 불쾌한 것들을 유쾌하게 바꿔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일상에서 얻는 아이디어로 풍부하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일들을 기발하고 위트 있게 풍자하는 그의 작품에서 센스가 느껴진다. 장난스럽게 그려진 그림체지만 우리의 일상을 놓치지 않고 친근하게 표현해놓았다.


창의적인 조형작품들과 상품디자인들.
회화작품들까지.


그의 작품들에서 기본적인 인간애가 느껴져서 좋았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은 근본적으로 인류란 종족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다.

현대인을 유머스럽게 표현하고, 풍자하고 있지만 날 선 비판이공격적인 악의가 없다.

역동적이지만 따스한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런 게 진정한 휴머니즘이 아닐까.


시그니처 포스터.
나의 기술적 한계가 있을지 몰라도
나의 상상력에는 한계는 없다.

-장 줄리앙(Jean Jullien)


마음에 들었던 위트 가득한 포스터들.
직접 일일히 그렸다는 벽화와 감사 인사등 전시회 곳곳에 그의 생생한 터치를 느낄수 있다.


전시회를 둘러보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정신없이 눌리는 사진 찰칵 소리가 이어지고 작품들을 보는 눈은 여기저기로 계속 굴러다녔다.

공감과 따뜻함이 이어지는 작품에 마음이 온통 빼앗겼다. 곳곳에 벽화와 직접 '그린' 한글들을 보며 작가의 세심한 친절함과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의 인생은 전체를 두고 보면, 무겁거나 심오할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일상은 그렇지 않다.

하찮고 심심할지 모르는 작고 소소한 일상들이 쌓이고 쌓여 생각을 만들고, 그 생각들이 사유가 되고, 또 그 사유가 모여 철학이 되어간다.

가볍게 보자면 가벼울 수 있는 전시회였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게 자리 잡았다. 일상이 모여 인생이 만들어지듯, 그가 하는 모든 예술 활동들이 그저 가볍고 유쾌하게만 보이지 않은 이유다.

그의 작품은 대단히 철학적이거나 묵직하거나, 또는 세밀하거나 클래식하지도 않지만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고 이해가 가는 쉬운 그림이다.

언어를 몰라도, 국적이 달라도 인간이기에,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기에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작품들이었다.

요즘같이 각박한 현대사회에서는 오히려 이런 작품들이야말로 위로와 휴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거기란 전시회 주제는 일상의 "이어짐"이다.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대화 속 화제 전환을 뜻하는 '그러면'과 누군가와 만날 때 자주 쓰는 '거기'.

 작가는 무심코 쓰는 일상의 언어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지은 전시회 제목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2023년 1월 초까지 한다고 하니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한 번쯤 다녀와도 좋을 것 같다.





참조자료

전시회장 소개글

매일경제  '장 줄리앙 전’ 복잡한 세상을 자유롭고 단순하게- 2022.11.10, 김은정

ㆍ아트인 사이트 '일상의 기록과 확장화를 예술로 만든다면 - 장 줄리앙 : 그러면 거기'-2022.11.16, 이지영

작가의 이전글 오늘은 감사하는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