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성함을 적으시오’
단 한 글자면 되는 칸이었지만
나에겐 마치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처럼 버거웠다.
제출해야 할 시간은 다가오고
마음은 초조해져만 갔다.
‘왜 성이 다르니?’
누군가 묻지도 않았는데,
환청처럼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혹시 선생님이 물어보면 뭐라고 하지?
“그냥… 달라요”
머릿속으로 대답을 연습했다.
나는 정 아빠는 허.
가까워지려야 가까워질 수 없는 간극.
평범해지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걸까.
볼에 열이 훅 올랐다.
제출 종소리가 울리기 직전,
마치 훔쳐 쓰듯 성을 적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리로 돌아왔지만
내 안엔 작은 경고음이 번지고 있었다.
그날 이후, 누군가 이름을 물으면
나는 습관처럼 성을 삼켰다.
그냥 이름으로 불러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품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