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이리 와

두 동강난 마음

by 래미

현관문에 들어서는 순간, 차가운 기운이 몰아쳤다.

거실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는 오빠의 가방,

그리고 들숨마다 부풀어 오르는 엄마의 숨소리.

또 거짓말했구나.


“너, 어디 갔다 왔어?”

“도서관…”

짧고 힘없는 대답 뒤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의심.

결국 친구네 집에 갔다 온 게 들통났다.


나의 든든한 가로등이었던 오빠는,

새아빠라는 커다란 등대의 등장과 함께

빛을 잃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나를 지키고 웃게 만들던 오빠였는데,

요즘은 자주 혼나고, 변명하고, 그 속에서 점점

등불이 깜빡이는 것 같았다.


엄마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울렸다.

“핸드폰 줘.”

오빠가 내민 폰은 단숨에 엄마 손에서 두 동강이 났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말.

“너도 이리 와.”


순식간에 내 손에 들린 핸드폰도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잘못한 건 오빠인데,

왜 나까지?


억울함이 목구멍에 차올랐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봤자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우는 일뿐이었다.

그것도 묵음으로.

숨소리마저 삼켜버린 채,

눈물이 베개를 적시고,

천장 너머로 스며올라 가만히 사라질 때까지.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혼자서 나만의 밤을 견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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