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친구
“아싸, 여행이다!”
오랜만에 드라이브였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에 마음은 이미 신이 나 있었다.
노란 논밭과 낯선 간판들이
익숙한 일상과는 다른 곳으로 데려다줄 것 같았다.
도착한 곳은 리조트였다.
따뜻한 실내에서 타는 눈썰매,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산들,
그리고 엄마의 표정이 이상하게도 들떠 있었다.
“인사 잘 드려야 해.”
배고픈데 자꾸 누굴 기다리라는 거지?
그러다 저 멀리서 누군가 걸어왔다.
엄마가 말했다.
“얘들아, 인사해야지.”
어릴 적부터 들어온 말.
어른을 보면 깍듯이 인사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눈보다 빠르게 고개를 숙이게 했다.
나는 자동으로 배꼽인사를 했다.
‘엄마 친구분인가?’
그건 잘 모르겠고, 그냥 배가 고팠다.
그렇게 시작된 저녁식사.
밥은 분명 따뜻했는데
엄마의 입가 표정은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밥을 씹는 건지,
내뱉지 못한 말을 씹는 건지.
돌아오는 길, 조심스레 물었다.
“근데 누구셔? 엄마 친구야?”
잠시 뜸을 들인 엄마가
운전대 너머로 말했다.
“이제 아빠라고 부르면 돼.”
엄마의 말에 순간 귀를 의심했다.
아빠…?
무슨 말이지?
어렴풋이만 알고 있었던 그 단어,
늘 빈칸으로 남겨두던 그 칸.
그 이름을 이제 이 아저씨에게 붙이라니.
어리둥절했지만
그토록 원했던 아빠가
드디어 생긴다니—
왠지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