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코피

빨간색 폭죽

by 래미

“코피 난다!”

마치 생일 폭죽이 터진 것처럼 신나는 목소리로 외쳤다.

다른 아이들에겐 걱정거리였을 코피가

나에겐 축복 그 자체였다.

엄마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알리는 축하포 같달까.


나는 어려서부터 기관지가 약해서

종종 코피를 쏟았다.

자주 쓰던 휴지 코가 까매지고

이불에 흥건히 스며든 자국도 여러 번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상황 속에서

엄마는 단번에 달려왔다.

“어디 봐봐! 아이고 또 터졌네!”


부엌일을 하던 손을 멈추고

찜질 수건을 찾고, 콧등을 눌러주며

나를 유심히 바라보던 그 얼굴.

그 순간의 엄마는

누구보다 나에게만 집중하는 사람 같았다.


아프지 않으면

그 집중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항상 바쁜 엄마,

일하느라, 살림하느라, 사람들과 통화하느라

내가 눈앞에 있어도 마음은 늘 바깥에 있었다.


그래서일까.

코피는 아프지만 달콤한 틈이었다.

잠깐이라도 엄마 품에 안겨 있을 수 있는

작은 시위이자, 소중한 초대장이었다.


요즘은 이상하게도 그 코피가 싹 멈췄다.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코피는 더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아마 코피도 아는 걸까.

이제는 본인이 없어도

엄마와 나의 관계가

꽤나 안정적이라는 걸.


그래, 코피야.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너를 통해

짧지만 따뜻한 품 안을 경험할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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