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들어와

by 래미

따르릉—

오, 왠지 기분이 이상하다.

지금 전화할 이유가 없는데.

괜히 등골이 서려진다.

마치 구급차가 지나가듯 띠용띠용 경고등이 켜진다.


“여보세요?”

“너, 당장 들어와.”


역시나.

안 좋은 예감은 왜 항상 틀리지 않는 걸까.

단호한 목소리 너머로

술기운이 묻어 나온다.


“나 지금 친구랑 놀고 있는데…”

끝까지 들어주지 않는다.

“당장 들어와.”


그 목소리는 번개처럼 꽂혔고,

나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은 듯

얼어붙은 채 가방을 챙겼다.


“얘들아, 미안. 나 갈게.”

“왜? 무슨 일 있어?”

대답할 수 없어

입을 꾹 다문 채 어설픈 변명만 늘어놓았다.

나는 그렇게 또

친구들 앞에서 거짓말쟁이가 된다.


집에 도착하면

특별한 일은 없다.

그냥, 분풀이가 필요했던 거다.

오늘 하루 쌓인 짜증,

슬픔, 억울함—

그 화살을 받아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

그리고 그 대상은 늘 나였다.


언제까지 난 이렇게 끌려다녀야 하는거지?

보이지 않는 목줄에 조종당하는 볼모신세,

억울함을 꾹 깨물고 애써 괜찮은척

아무렇지 않은척 눈물을 삼키며 하루가 지나가길 간절히 기도하며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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