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순찰대

by 래미

“올라갔다 와봐.”

또다시 내 차례였다.

엄마에게 만만한 순찰대,

그건 언제나 나였다.


제발 이번엔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층, 한 층 발을 내딛는다.

2층 열람실, 3층 문헌자료실, 4층 휴게실…

어딜 봐도 보이지 않는 실루엣.

또 허탕이다.


“없어. 다 찾아봤어.”

내 대답에 엄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취사가 끝난 밥통처럼,

곧 터져버릴 것만 같다.


“너 어디야, 똑바로 말해!”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오빠의 당황스러운 변명.

그 곁에서 나는,

가시방석에 앉은 듯 숨을 죽인다.


든든한 전봇대 같던 우리 오빠.

튼튼하게 날 지켜주던 전깃줄이

어느샌가 찢겨 엉켜져 버렸고

이젠 나까지 감전시키고 있었다.


추궁과 회피.

그 둘의 치열한 싸움에

나는 그 어떤 힘도 발휘할 수 없었다.

난 그저 평화로운 하루를 원했을 뿐인데.


안 봐도 뻔한 이 스토리의 결말.

엄마는 엄마대로, 오빠는 오빠대로 미웠다.

그냥 좀 봐주지,

거짓말 좀 하지 말지.

그래봤자 내 맘은 닿지 않는다.


그저 이 싸움이 빨리 끝나길,

이 태풍이 잦아들길 바라며

최대한 숨을 죽인다.


난 그렇게 또

무기력한 방관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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