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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해라는 말은 강요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by 나니

직업상담사로써 한가지 중요한 업무는 취업 의지가 약한 취준생에게 바람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언뜻 쉬운 일이라고 느껴지는데 직접 해보면 계란 위를 걷는 것보다 어렵다. 인간이 스스로 해야한다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 이상 다른 누군가가 줏대를 세워주기란 참으로 쉽지않다.


다방면 경험을 해본 적은 드물지만 내 기준으로 보자면 압박을 가해 무언가를 시키는 데에 있어 취업이 가장 힘이 많이 든다고 생각한다. 일을 해 돈을 벌겠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게 참 모호하다.


취업을 왜 안하는지 물어보면 백이면 구십구는 대답을 안한다. 말하기 껄끄러워 하는 표정을 짓는다.


취업을 안한다는 게 사실 나쁜 것이 아니다. 중견기업이상 큰 기업에 일을 하고 싶어서 조금 더 스펙을 쌓기 위해 취업을 보류할 수도 있고 당장 지금은 조금 쉬고 싶어서 취업을 보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취업을 왜 하지 않는지 물어보면 다들 눈길을 피한다.


미취업이 법적으로 범법행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죄를 지은 것처럼 요리조리 피해다닌다. 미취업자라는 걸 부끄러워하며 구석에 숨기 바빠 취업을 해보자라고 하면 오히려 더 도망간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좀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취업 상담을 할 때, 지금 취업하기 싫으면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하라고 한다. 이건 나쁜 것도 아니고 잘못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고 숨길 필요도 없다고 한다. 그럼, 쭈뼛쭈뼛 다른 목표가 있다고 말하거나 개인 사정을 얘기하거나 취업을 왜 하기 싫은지 어느정도 얕게 말해준다. 그리고 그렇다면 취업하지 말라고 한다. 단, 앞으로 지금 본인을 괴롭히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그 문제를 직면한 공포가 무뎌진다면 그때는 취업을 할 시간이다라고 강하게 얘기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취업에 있어 속내를 감추지 말고 드러내게 해 취업을 직면하게 만들고 싶어서이다. 생각보다 직면을 시켜주고 나면 감정에서 꽤 안정을 찾는 친구들을 많이 본다.


직면을 시키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연락해 취업하자고 하면 한번 해볼게요라는 답이 온다. 그 중 몇몇은 취업을 하기도 한다. 어떤 방법이 정답인지는 모르나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이 글을 쓰면서도 취업은 범위가 방대하고 섬세하며 유리조각처럼 날카롭기 때문에 어떻게 말을 정리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도 않는다. 취업은 아주 아주 섬세하다. 원하는 기업이 다 다르고 원하는 직무가 모두 다르며 성격은 또 미친듯이 다르다. 그런데, 얇은 실 한가닥 보지 않고 취업하라고 강요한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는 그렇다. '2030세대 취업 하지 않고 그냥 놀아'라는 헤드라인이 적힌 기사 댓글을 보면 가관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정리가 안된다. 하루하루 취업에 대한 에세이를 쓰다보면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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