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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알수가 없어 고로케를 먹을지 피자빵을 먹을지

by 나니

아침에 출근하면서 자주 들렸던 빵집이 문을 닫았다. 지하철 역 내에 있는 빵집이라 유동인구가 많았고 내가 빵을 살때 옆에서 종종 같이 사는 분들도 있어서 장사 잘 되겠다고 생각했다.


빵 종류는 많지 않았는데 인기있는 빵만 있었다. 피자빵, 고로케, 갈릭버터빵, 햄치즈토스트, 마늘바게트, 머핀, 깨찰빵, 옥수수번. 나는 이중에서도 피자빵, 고로케, 갈릭버터를 제일 좋아했다. 아마 이것만 사먹었을 거다.


원래 햄치즈는 2,500원이었고 피자빵과 고로케는 1,500이었는데, 한 두세달 전부터 특별 세일을 하더니 모든 빵 가격이 500원씩 할인됐다. 정말 천원의 행복이었고 한달 내내 그곳 빵을 사먹었다.


박리다매로 냅다 싸게파는 건지 장사가 너무 잘되서 싸게 팔아도 많이 남는 건지, 장사가 안되서 가격을 낮춘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빵은 맛있었다. 근데 같은 거만 계속 먹으면 물리고 질리는지라 최근 몇주 동안은 아침에 빵대신 집에서 싸온 삶은 계란을 먹었다.


그러다 문득, 어제 잠들기 전에 마치 신이 내려주신 계시처럼 내일 아침은 고로케를 먹을거야!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잠에 들면서 꼭 그 빵집에 들러 고로케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머나 세상에. 지갑 부여 잡고 빵집을 들렸는데 문이 굳게 잠기고 셔터가 내려와 있었다. 겉에는 귀여운 글씨체로 인쇄된 종이가 하나 붙어 있었다.


'폐업. 덕분에 가게를 운영하면서 남편도 만나고 아이도 태어났습니다. 그동한 감사했습니다.'


지나가며 봤던 제빵사분은 40대로 보이는 남성이었고 종업원 분은 60대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주인 분이 따로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좋아하던 빵집이 폐업했다는 소식을 보니 아쉬웠다.


종이 한장에 적힌 글만으로는 가게도 잘 되고 돈도 벌만큼 벌었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태어나 가정에 조금 더 신경 쓰기 위해 폐업한 것인지, 장사가 잘 안되어 폐업한 것인지, 혹은 또 다른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서 이제 볼 수 없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


그냥, 아침마다 여기서 사먹었던 빵이 참 맛있었고 어젯밤 잠들기 전에 내일은 고로케를 먹어야지, 다음날은 피자빵을 먹어야지 생각하며 잠들었던 내 두근거리던 위장이 이제 다시 뛸 수 없게 되어 살짝 애가 아려올 뿐이다.


좋은 일로 폐업했다면 축하할 일이고 마음 아픈 다른 일로 폐업했다면 앞으로 더욱 잘됐으면 한다. 아침마다 빵 사먹으려고 꺼냈던 천원이 참으로 든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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