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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말도 안 돼

by 나니

다들 뭐 하면서 살아갈까?

인생을 살아간다면 누구나 한번쯤 하는 생각일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저 사람은 직업이 무엇일까? 만족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왜 저 직업을 선택했을까? 생각한다.


나는 방송작가에서 직업상담사로 전직을 했다. 입직 4일차라 사실 아직은 아무생각이 없다. 이 길이 맞는 건지 전직을 잘 한 것인지, 답을 내리기엔 이르다.


오늘 취업특강을 들으러 갔다. 사실 너무 뻔한 말과 뒤쳐진 내용에 조금 실망했다. 내가 2012년도에 대학교에서 들었던 취업 강의 내용과 거의 흡사했다. 인사를 올바르게 하는 방법만 30분을 들었다. 내가 취준생일 때 가장 간절했던 내용은 자기소개서에 꼭 들어가야 하는 내용,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 면접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바로 멘털 관리이다. 취준생은 혹은 본인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고 현실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면접에 수십번 떨어지고, 자기소개서 광탈하는 사람이 어떻게 자존감이 높을 수가 있겠는가. 낮은게 당연하다. 이에 대한 내용도 전혀 없었다.


특강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고 하던 찰나, 내 옆에 앉은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처음 보는 나에게 거리낌 없이 본인의 고민을 털어 놓았다. 신기했다. 또, 측은했다. 얼마나 부서진 멘털을 들고 있었으면 처음 보는 나에게 자신의 치부를 보이며 고민 상담을 할까.


고민 상담의 내용은 주로 진로 문제, 성격 문제, 불안함이었다. 외면할 수 없었다. 내가 겪었던 아픔을 그대로 겪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답해주고 공감을 나눴다. 아직 인생 30년 밖에 살지 않은 내가 타인의 인생에 대해서 논한다? 말도 안된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들어주기, 반영하기 뿐이었다.


직업상담사라는게 참 아이러니한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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