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날이 있다. 이유없이 화가나는 날. 그날 따라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이 글은 오늘이 내가 그런날이었으며 그런날로 인해 타인에게 이유없이 화를 낸 것에 대한 반성이다.
출근길 미어터지는 지하철과 3월 중순 폭설로 인해 평소보다 더 많은 인파가 지하철로 몰렸다. 추울까봐 패딩을 입었는데 꽉낀 지하철은 더웠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내 옆에 남자는 이유모를 상동행동을 계속했고 이어폰을 꼈지만 음악소리가 너무 컸다. 지하철을 내리고 갈아탈 때도 뒤에서 계속 밀었고 너도나도 먼저 나가려고 양 옆에서 어깨로 밀었다. 일찍 누웠지만 잠을 제대로 못잔 탓으로 피곤했다. 말 그대로, 모든게 최악이었다.
기분이 좋지않아 아이스커피가 너무 먹고싶었다. 출근길 자주가던 카페를 들렀다. 원래 여성 두분이 직원이었는데 오늘은 여성한분과 처음보는 남성 한분이 있었다. 커피를 주문했고 카페 안에는 커피를 기다리는 5명 정도 손님이 있었다.
내가 주문을 완료하고 먼저 제조하던 커피가 나왔다. 남자 직원은 커피를 카운터에 올려두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제조 완료된 커피를 카운터에만 올려두고 다른 커피를 제조하러 갔다. 여직원이 남직원에게 커피 나왔으면 주문 번호를 불러서 손님에게 알려주세요 라고 하였는데 남직원은 이를 듣고 무시했다. 여직원이 다시한번 말했다. 커피 나왔으면 손님에게 알려주세요. 역시, 남직원은 무시하고 본인이 만들던 커피를 만들었다. 여직원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난 여직원에게 동감했다. 커피가 나왔는데 커피나왔다는 말을 하지 않으니 매장 안에 있던 사람들이 눈치만 보고 커피를 가져가지 않았다.
카운터 위에는 테이크아웃 커피 여러잔이 올려져 있었다. 내 옆에 어떤 손님이 카운터로 다가가 제 건 언제나오나요 라고 물었다. 그제서야 남직원은 주문번호를 물어보고 제조 완료된 커피를 건냈다. 손님은 먹고가는건데요 라고 했다. 남직원이 당황하며 테이크아웃잔에서 머그잔으로 옮겨주겠다고 하였으나 손님은 그냥 됐다며 커피를 가지고 나갔다.
옆에 서있던 내게 번호가 몇번이냐고 물어봤다. 주문번호를 말해주었다. 카운터 위에 올려진 커피는 세잔 뿐.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나에게 커피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내게 다시 물었다. 몇번이라고요? 올려진 커피는 세잔 뿐인데 내 주문번호와 일치시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갑자기 급 화가 치솟았다. 여직원이 내쉬었던 큰 한숨 의미를 이해했고 내 앞전에 도대체 커피 언제 나오냐는 손님의 목소리가 이해됐다. 나도 짜증이나 화난 어투로 번호를 다시 말해줬다. 그리고 커피를 받았다.
커피를 받고 나오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제일 마지막 주문자였고 내 앞에 다섯명 정도 사람이 있었는데 카운터 위에 올려진 아메리카노 여러잔. 내가 제일 마지막 주문자인데 제일 먼저 커피를 받았고 나머지는 커피를 받지 못했다. 내가 제일 먼저 커피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카운터에가서 내 커피를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커피를 달란말을 하지 않았고 커피를 받지 못했다.
여직원은 남직원에게 누누히 커피 제조가 완료되면 주문 번호를 손님께 말로 알려드려라 라고 교육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직원은 그러지 않았고 커피가 나왔지만 손님들은 누구 커피인지 모르니 그저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일머리는 없고 고집만 강한 사람인가? 생각했다. 혹은 누군가가 본인에게 지시를 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또는, 아르바이트가 처음이고 이게 첫 사회생활이라 모든게 낯설고 어설프고 힘들 수 도 있다. 긴장을 많이 하다보니 여직원의 업무지시가 전혀 안들릴 수도 있다.
뭐가 어찌됐든 잘 풀리길 바라지만서도 신경질이 나는 것은 사실이었고 오늘이 단순히 최악 하루였을 뿐 다들 하는 일 잘 풀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