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년 전 S전자 입사 면접

공채 입사자의 면접 이야기

by 아침해


졸업을 앞두고 취직은 해야겠는데 명문대도 아니고, 영어도 못하고, 매우 심란한 상황이었다. 1차 서류 전형 그리고 2차 면접이 대부분이었지만, D 항공과 S 전자는 입사 시험을 봐야 했다. 더욱이 S 전자는 학력 파괴 ‘열린 채용’을 내걸었었고, 대규모 취준생의 목표 회사가 되었다. 지금 같으면 취업뽀개기라던지, 회사 직군별로 취준 동아리들이 있지만, 당시는 상식백과사전과 토익 그것이 입시 준비의 전부였다. 원서를 내고 두어 달 정도 상식책에 많은 동 그리마를 쳐가며 공부한 것이 나의 입사 준비였다.



고민이 있었다.

D항공과 S전자가 같은 날 시험이었고,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회사가 경쟁률이 낮을 것 같은지 물어봤다. 내 생각에는 S전자가 좋긴 하지만, 스펙이 좋고 똑똑한 학생들이 많이 올 것 같아서 D 항공 쪽으로 이미 마음은 기울어져 있었다. 남의 일이라 그런가? 다들 S 전자 지원하라고 했고, 팔랑귀를 가진 나는 S 전자의 시험을 보게 되었다.


시험날. 에구머니나, 듣도 보도 못한 문제들이 가득한 시험문제를 들여다보자니 어질 어질 했고, IQ 테스트인지 상식 테스트인지, 수능인지 가늠이 안 갈 수준의 문제들이 펼쳐져 있었다. 중학생 과외하면서 봤던 고기압 저기압에 대한 문제를 보고 요건 맞겠네 싶었고 나머지는 반절은 찍는 수준이었다.



두둥.

일차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었다. 이제 면접이 남았다. 면접관 중에는 관상을 보는 사람이 있다고 들어서 미스코리아처럼 경련 직전까지 웃음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임했다. 엄마가 면접 때 입으라고 사준 앙고라 옷이 성가시게 더웠다. 그 덕분에 네댓 명의 감독관 앞에서 땀을 질질 흘리며 면접에 임했다.


“ S 전자의 어떤 점이 좋습니까? “

“ 저희 집의 비디오 비전( 텔레비전과 비디오가 합체된 제품)을 수리받았을 때 너무 흡족했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처음과 끝 마무리가 제대로 되어야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로 S 전자는 제게 믿음을 줬습니다. “


나의 답변이 오글 거렸지만, 면접관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듯했다.

집에 TV만 S 전자 제품이고, 나머지는 L, D 전자 제품인데 TV라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 본인이 미쳐봤다고 생각한 것이 있나요?”

으익.. 이건 또.. 순간 나는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었기에 영어로 건수를 하나 잡자 생각했다


“네, 저는 지금 새벽반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영어가 너무 좋아 미치겠습니다. “

혹시 영어로 말이라도 해보라고 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엄습하였고,

앙고라 털과 나는 물아일체가 되어 흠뻑 젖고 있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면접 이만 마치겠습니다.

돌아가시면 한 달 내로 결과를 통보해드리겠습니다


얼마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적지 않은 비용의 교통비를 받고 집으로 왔다.




집으로 날아온 S 전자 국내 영업본부 합격 통지서.

기사에서 확인한 당시 경쟁률은 나의 선택을 뒷받침해줬다.

D항공은 경쟁률 55대 1, S전자 30대 1.


S전자는 1996년에 복덩이를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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