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하계 수련대회

웃통 벗은 이유

by 아침해


모든 그룹의 동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있다. 신입사원 하계 수련대회이다. 수련대회 때는 며칠간 야영을 해야 하는데 불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텐트를 치고 밥도 해 먹고 여러 가지 공연도 준비해야 하는데 직장인인지 공연단인지 모를 정도로 심하게 연습했다. 각 회사의 명예가 달린 하계 수련대회에서 BTS 수준의 군무와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공연, 올림픽과 맘먹는 카드섹션 등을 준비해야 했다. 누구를 위해서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연습한 것을 펼치는 시간이 되었다.





수련대회의 꽃은 그룹 응원단장들이다. 뽑히기 전에는 그냥 동기였는데, 무대에서 내려오는 그들에게 나는 사인을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줄을 설 정도였다. 지금의 박보검과 이효리를 닮은 응원단장은 그대로 방송국에 데려다 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팔을 뻗거나 긴 머리카락을 휘둘러 대며 응원할 때는 침이 주르륵 떨어질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행사의 절정인 둘째 날이 되었다. 우리 전자팀은 옷을 펄럭이며 카드섹션을 하고, 흩어졌다가 다시 뭉치며 산과 들을 만들고, 함성을 가득 채우며 준비한 공연을 마쳤다. 전자 인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어디서 왔는지 회사마다 적지 않은 인원이었다. 물산, 전기, 등의 공연들이 줄줄이 이어졌고, 남들이 하는 것은 왜 이리 재밌는지. 마지막 팀은 생명이었다. 생명 직원들을 얼굴에 해병대처럼 빨간, 파랑 물감을 사선으로 칠하고 나타났다. 등장부터가 심상치 않다. 얼마나 연습했는지 몇백 명인데 하나로 통일된 쉰 목소리가 하늘로 솟구쳤다. 왔다리 갔다리 울렁울렁 휘황찬란한 군무가 이어졌다.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주장이 “ 생~~ 명” 하면서 목청껏 소리 질렀다. 그 뒤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모두 웃통을 벗었다. 맨 몸에 파란색을 칠했다. 아마 S 그룹이라 파란색을 칠했겠지? 남자만 벗은 게 아니라 여자도 벗었다. 자세히 보니 여자는 탱크톱을 입고 그 위에 물감을 칠했다. 모두 벗자 그들은 스머프가 되었다. 이전보다 두배의 함성으로 ~ 생명~ 생명을 외치기 시작했다.

순간 소름이 내 몸에 쫘~ 악 퍼졌다. 나도 모르게 나는 생명에 빨대를 꽂고 “생명” “생명” 외치고 있었다.

첩첩산중 S 그룹 수련회에는 오직 생명만 있었다. 결국

웃통벗은 S생명 신입사원이 일등을 했다


비로소 신입사원이
왜 웃통을 벗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 2016년 신입사원 수련회는 조직문화 쇄신으로 폐지되었다.

keyword
이전 01화백만 년 전 S전자 입사 면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