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 먹다 눈먼 우리 대리님

스트레스 : 마음이 몸을 지배하는 병

by 아침해


1. 화려한 스펙 D 대리님


우리 건물에 토익 만점자가 두 명 있다고 들었다. 그중 한 명이 우리 부서에 경력으로 입사한 D 대리였다. 그는 매우 친절하고, 영리하고, 그리고 순둥이였다. D는 유명 외고와, 명문 대학을 나와 해외 MBA를 마치고 온 재원이었다. TV 마케팅에서 화려한 그의 스펙에 걸맞지 않게 ‘TV 대여 샘플 업무를 했다. 그게 무엇인가 하면, 전시회나 교육 그리고 PPL ( products in placement : 영화나 광고에 제품 대여)에 제품을 지원해주고 수거하는 일이다. 토익 만점이며 MBA 출신인 그가 매일 하는 일은 엑셀로 TV를 언제 배송해야 하고, 언제 수거해야 하는 일들을 정리하면서 업체들과 통화하는 것이었다. 물론, 매우 필요한 일이다. 더불어 정신 육체노동이 아닐 수 없다.




2. 찜찜한 요청


다급히 한 임원이 TV 샘플 요청을 했다. 신문사에 TV가 필요하다고 하여 대여를 해주기로 했다. TV가 배송되었고, TV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은 임원이 D 대리에게 전화해서 신문사로 가서 봐주라고 했다. 그 시간이 저녁 7시였다. 도착해보니 누구의 실수인지 모르겠지만 TV가 깨져있었고, 샘플 창고에서 TV를 긴급 배송시켜서 일단락 지었다.


걱정이 되어 D 대리에게 전화를 했고, 9시 조금 넘어 사무실로 다시 복귀한다고 했다. 욕을 하도 처먹어서, 배도 안 고프다는 그를 이끌고, 한잔하자고 족발집에 데리고 갔다. 사무실에 야근을 하고 있던 네 명이 더불어 같이 애정 하는 족발 맛집으로 갔다. 맥주를 반잔, 그리고 소주 한 컵 , 캬~ 딱 제대로 소맥이 말아졌다. 한잔 들이켜고, 족발 한 점에 양념이 과한 꼬들 무채 한 젓가락을 먹는데 그 맛이 천상의 맛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문사는 TV를 부탁한 임원 사모님이 편집장으로 계신 곳이었다. 행사가 있었는지 TV를 우리 회사로부터 협찬받은 것이다. D 기준이라면, TV를 빌려주면 안 되는 곳이었다. 찜찜한 것은 계속 찜찜하지 않은가? 멀쩡했던 TV가 어인일로 깨져있었고, 그 수습을 하고 온 것이다. 듣자니 참으로 참으로 염장 터진다. D야 많이 묵자. 우리는 누구를 안주삼아 씹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D가 갑자기 눈을 비볐다. 그러더니 어라~ 물컵에 있던 물을 양 눈에 뿌리기 시작했다.


" 왜 그래? 왜 그래?"

" 저… 눈이 안 보여요"

" 어? 왜? 눈 떠봐?"


D는 눈을 뜨지를 못했고, 눈두덩이가 벌거니 부어있었다. 무서웠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남직원이 D를 부축하고 우리는 택시를 잡았다. 인근 병원 응급실로 갔다. D는 계속 눈을 뜰 수가 없다고 했다.

택시에서 D의 와이프와 연락이 닿았다. 그녀도 응급실로 왔다. 의사 선생님이 문진도 하고, 눈도 열어 보고, 몇 가지 검사를 했다. D는 계속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눈이 아프다고 했다.


D가 눈을 못 뜰까 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3. 눈을 뜨소서


한참 지나서 D는 와이프와 걸어 나왔다.


" 괜찮아?"

" 네.. 괜찮을 거 같아요."

눈을 뜨지는 못한 채 와이프의 부축을 받고 걸으며 말했다.


"왜 그런 거야? 무슨 병 이래?"

“스트레스 급성 알레르기래요.”

“뭐라고? 그런 병이 있어?”

“그래서 알레르기약 처방받았어요”


스트레스 급성 알레르기. 머리털 나고 처음 본 충격적인 병이다. D대리는 오늘 무지 스트레스받았던 것 맞다. 이렇게 한순간에 마음이 몸을 지배하는 것을 보고 나니 회사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D대리는 다음날 지팡이 없이 눈을 뜨고 출근했다.


지금 D 프로(*)는 다른 부서에서 MBA때 전공했던 SCM(수요예측)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 S 전자는 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해 몇 년 전부터 과장, 대리 등의 명칭 대신 '프로'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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