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비서의 역대급 실수

낳지도 않은 애를 축하하다

by 아침해

키도 크고 예쁘고 일도 잘하는 우리 막내. 회사 돌아가는 것도 잘 알고 손도 빨라서 일을 잘 쳐내는 C는 우리 부서의 복덩이였다. 점심 먹고 한참 졸릴 만한 시간에, C가 허리를 구부린 채 내게 왔다.


“ 배가 너무 아파서 병원 좀 가봐야겠어요 ”

허연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고 식은땀이 나고 있었다.


“ 혼자 가도 되겠어? ”

“ 으~네 ”

“ 혹시 이상하면 전화해, 바로 갈게”

다행히 병원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다.

그 병원은 항문외과인데 일반 내과 진료도 같이 보기 때문에 그곳을 간다고 했다.

C는 배 아파서 약국도 다녀왔는데 별 차도가 없었던 모양이다.

두어 시간 뒤에 문자가 왔다.


'급성 맹장염이랍니다. 엄마가 오셨고 저 좀 이따 수술 들어가요'


어머나, 급성 맹장염이면 다리도 못 편다는데 어찌 혼자 걸어갔을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수술 잘 마쳤다는 문자를 받고서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부서 직원이 수술을 한 것이니 당연히 부서장과 팀장님께 까지 보고가 되었다.

자상한 팀장님은 병원으로 과일바구니를 보내라고 비서에게 당부하셨다.

비서는 내게 다시 와서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수술 잘 되었다고 말해주고 병원 이름과 병실 호수를 알려주었다




다음날 C가 궁금해서, 병원으로 갔다. 치질 수술을 해서 제대로 걷지 못하는 환자들을 뒤로하고 C의 병실로 들어갔다. 밝은 얼굴이 우리를 맞이했고, C어머니가 주신 음료수를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마침, 병실로 과일 바구니가 배달 왔다.

맙. 소. 사

멋진 과일바구니에는 “ C 산모님, 아기탄생을 축하합니다 라고 쓰여있었다

병실에 있던 사람 모두가 폭소가 터졌다. 정작 C는 미치도록 웃고 싶었는데 울고 있었다.

수술한 배가 너무 아파서 결국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던 게다.

울다 웃다 그러면서 개그 욕심에 한 자락 뱉어낸다

“아~기 이름이 으윽.. 맹장인가 봐요 “

웃다 죽을 수도 있구나 생각하며 바구니를 애써 외면했다.

회사로 복귀하는 내내 길에서 미친 여자처럼 머리를 뒤로 젖혀가며 웃어댔다.


사무실에 오자마자 비서에게 가서 물어봤다.

“ C에게 출산 축하 바구니 보냈어요?”

“ 네, 좋은 걸로 보냈어요. 잘 도착했어요?”

“ 진짜 좋은 바구니로 왔는데, C는 출산한게 아니라 맹장 수술했는데요?”

“ 네? 어머 제가 미쳤나봐요” 진짜요? 저는 병실에 보내라고 해서 출산하신 줄 알았어요”

허둥지둥 비서는 뭔가 의미 없는 뒤적뒤적을 하고 나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

“ 에고, 신입 비서님 실수를 하셨군요. 괜찮아요. C가 즐거워했어요.”


C는 지금 퇴사를 했고,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석 달 전 출산하며 나에게 그 추억의 사진을 다시 보내줬다. 그날도 다시 배가 찢어지도록 웃었다.


보고 싶다, C야! 드디어 엄마가 되었구나!
맹장수술 하고 받은 팀장님 과일 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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