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님이 사장님께 혼났다

애처로운 뒷모습을 기억하며

by 아침해

월요일 아침, 가장 큰 회의실에 관련자들이 모였다.

가로로 긴 원탁 테이블에는 등받이 임원 의자가, 그 뒤에 두줄로 직원들이 에워쌌다

어제 휴대폰 사업부에서 올라온 보고서가 화근이었다.

한국, 북미, 중국, 인도, 유럽의 법인에 매장평가 점수가 서열화되었는데, 한국 점수가 낮았다.

우리 사장님은 보고서를 보낸 사업부의 R상무님을 회의실로 소환했다.

호랑이굴로 들어오는 심정이었을 R 상무님과 Y 차장이 도착했다.


“ 안녕하십니까? 제가 좀 늦었습니다. “

“ 거 앉으세요. “

R 상무님은 쏘아보는 수십 개의 눈빛들 사이에서 굴떡 침을 삼키며 앉으셨다.

갈색 서류가방을 등에 받치고 의자에 앉자마자 질문이 꽂혔다.

“ 자, 이 조사를 하는 목적이 뭔가요? “

“ 이번 혁신 제품이 론칭되어, 매장에서 우리 제품을 제대로 잘 팔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 왜 한국이 다른 법인에 비해 점수가 낮은 가요?”

“ 한국은 … “

손에 쥐고 있는 서류를 몇 장 넘기면서 읽기 시작하셨다.


" 매장의 전시상태 점수는 양호하나, 고객 응대 점수가 낮습니다. 고객에게 우리의 장점을 어필해야 하는 세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

“ 이 보세요 R 상무, 당신네는 지금 어디 가서 무슨 조사를 한 겁니까?”

전국 160여 매장을 방문했고, 대형 마트 및 휴대폰 전문점 등.. “

“ R 상무. 내가 매장 이름을 묻는 게 아니지 않소? “

땅을 파고 들것처럼 사장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

우리는 금방 터질 것 같은 이방에서 의자를 붙들고 숨죽이고 있었다.


“ 우리 판매사원도 없는 곳에 가서, 무슨 조사를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것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내 매장은 내가 평가합니다. 당신은 손 떼세요. “

"알겠습니까?"

.....

“ 네. 알겠습니다. “

“그만 가서 일 똑바로 하세요 “

“네, 이만 가보겠습니다.”


R 상무는 자리에 일어서서 문으로 걸어가셨다. 마음은 뛰어가고 싶었겠지만 걷고 계셨다.

가만 보니, 걷고 계신 그분의 걸음이 뒤뚱뒤뚱 어색했다. 다리에 힘이 풀리셨나? 쓰러지시면 어쩌지 하고 내 시선은 R 상무님의 발꿈치를 쫓아가고 있었다. 아~작은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분의 신발은 어르신들 편안히 걷게 도와준다는 ‘마사이 워킹화’였다. 기우뚱기우뚱 그렇게 문까지 애써 침착히 걸어 나가셨다. 문을 닫는 소리를 듣자마자, 이번에는 우리 팀이 혼날 차례이구나 숙연해졌다.




잠시 정적과 침묵이 흘렀다. 갑자기 사장님 입에서 내 이름이 불려졌다.

“ 네!”

“ R 상무 가방 놓고 갔다, 어서 가져다줘라”

아차.. 의자에 갈색 가방 혼자 주인 없이 남겨있었다.

가방을 들고 뛰어나가니 엘리베이터에서 어쩔 줄 모르고 기다리고 계셨다.

“R 상무님, 가방 여기 있습니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

“뭘, 원래 우리 하는 일이 욕먹는 일이야, 나중에 봐요”

엘리베이터 속으로 통통 튀어 들어가셨다.



상무님, 가시는 걸음 편히 가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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