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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해 Feb 25. 2022

우리 딸이랑 잘되길 바래

캐나다 남사친 짝사랑 이야기 

캐나다에서 수나는 클럽에 다닌 지 오래되었다. 

클럽? 아이들이 놀고 배우는 보이즈 앤 걸즈 클럽이 있다. 

매일 방과 후에 그곳에 가서 출근 도장을 찍다 보니, 친구들과 가족같이 많이 친해졌다.

최근 수나가 제일 많이 말하는 친구 이름은 티엠(Tiam)과 저니(Jonny)이다. 티엠은 한 살 많은 5년 베트남 출신 여자 친구고, 저니는 캐네디언인 동갑 4학년 남자 친구다 


수나가  보이즈 앤 걸즈에 들어갈 때면, 티엠은 어떻게 알았는지 저 멀리서 수나의 이름을 부르며 쫓아와 

' 반갑구먼,  반갑구먼'을 외치며 다가와서 포옹을 한다. 

 

둘이 반갑게 의식을  마치면, 뒤에 저니가 기다리고 있다.  

저니가 수나를 포옹하려고 하려고 기다리는 것이다. 

줄기차게 틈만 나면 허그를 시도했지만 수나는 이리저리 피했다. 

수나는 남자아이와 껴앉는게 싫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수나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은 공간이 너무 좁아 피할 수 없어 저니와도 어쩔 수 없이 허그를 했다고 했다.

우~ 짜릿해. 

이런 느낌이었으리라



저니가 자기를 좋아하는 거 맞다며 증거를 나열했다. 


하나. 허그를 하려고 자꾸 티엠 뒤에 줄을 선다 
둘. 액티비티를 하려고 방을 이동할 때, 아무렇지 않게 내 손을 덥석 잡는다 
셋. 피구를 할 때 계속 나랑 같은 편을 해달라고 스태프에게 요청한다 
넷. 내가 만들기를 하면 주위를 얼쩡거린다
다섯. 저녁 간식을 먹을 때 내 옆에 있거나 나를 쳐다본다


들으면 들을수록, 어찌 저것을 기억했을까 싶다. 

그리고, 수나는 저니가 아주 싫은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수나의 말을 들으면서 저니가 좋아하는 다른 증거는 없는지 물어보는 게 너무 재밌어졌다. 

그리고 자꾸 더한 것을 기대하면서 나 혼자 오글거린다.


며칠 전, 주차장에서 저니와 저니 어머니를 만났다. 

네가 저니 저니 맞니? 

수나는 저니 저니 이렇게 꼭 두 번 붙여서 말하길래 그렇게 말했다 

호호.. 네가 저니구나. ^^ 귀여운 녀석 

수나는 절대 다시 말 섞지 말라고 했다. 흥. 칫. 뿡.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4학년 시절에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지금은 그 애 얼굴조차 기억도 안 나지만  하나 분명한 건 세련됨 그 자체였다.

'소나기' 주인공도 아니건만 그는 전학을 갔다.  

저니에게서 내 아련한 감정을 찾게 되는 건 동병상련이려나 


왠지 저니를 응원하고 싶다. 

이 글을 수나가 언젠가는 본다면, 이 이야기 왜 썼어~라고 타박하겠지. 

         

저니야! 강하게 밀어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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