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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해 Aug 14. 2022

우리 아이 구안와사 치료기(1)

초등학교 4학년 수나에게 안면마비가 왔다.

흔히들 “구안와사” 라면 더 쉽게 이해한다. 캐나다에서 돌아온 지 채 이주가 안돼서 우리 아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정말 억울하다. 사람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왜 그런지 이유가 궁금해서 의사 셈께 물어보지만 사람병이 그렇듯이 여러 가지 이유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데, 아마도 스트레스가 있었을 거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내 가슴이 더 멍멍하다. 왜 돕지 못했을까.


이렇게 되니 아이와 관련된 모든 사람, 부모 , 조부모, 고모, 이모까지 모두 죄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이 앞에서는 나부터 담담하자고 약속했다.




아침에 수나가 양치를 하는데  입에서 물이 새고, 눈이 안감 긴 채로 엄마에게 왔다.

밥을 먹는 내내 수나의 한쪽 눈을 감지 못했다. 그리고  인중이 저~ 쪽으로 삐뚤어져 있었다.

큰일 났다. 언 뜻 보면 모르겠지만, 밥 먹는 걸 보니 알겠다.

오른쪽 얼굴이 이상하다. 눈도 안 감기고, 입도 안 닫히고 왜 왜..

9시 문 열자마자 소아과를 가니, 이것은 안면 마비이고 신경과를 추천해줬다. 그곳에 가서 바로 나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수나는 걷는 것과 말하는 것, 심지어 뛰는 것도 문제 없었다. 단지, 얼굴만 일그러져 있고, 뭔가 제대로 눈을 감지 못해  병원으로 내내 눈물이 맺혀있었다.

신경과 선생님은 참으로 현실적이고 희망적인 말씀을 하셨다.


앞으로 5일간 정도는 더 악화될 겁니다.
그리고 점차 좋아질 건데요, 요 또래 아이들은 회복력이 좋아요
큰 병원 가셔도 좋고,  침 맞으셔도 좋고, 할 수 있는 것 걱정 말고 하세요.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거니까요

상태를 보시며 머리에 주사를 놓는 게 혈액순환에 좋겠다고 하셨고 엄마가 동의하는지 물으셨다.  나도 예전에 맞아본.....이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수나의 뒤통수에 이미 주사를 놓고 계셨다. 수나의 눈이 빠알게 졌다. 에고 울음을 참고 있다. 입술을 꾹 물고서 말이다. 잊지 않고 수나에게 의사 선생님이 조언하셨다.



 수나야, 지금 활동하는 건 아무 문제없어
얼굴이 안 움직여서 기분 잡친 거 말고는  문제없으니깐
그냥 하던 대로 생활하면 돼



일자 목이라 " c" 커브 형 목을 만들도록 교정을 위해 도수치료를 시작했다.  이렇게 c 커브형 목을 만들기 위해 수건을 대고, 연신 마비가 온 오른쪽 얼굴의 정성껏 신경을 마사지해 주셨다. 아이가 스스로 얼굴 근육에 힘을 주도록 수나에게 주문하셨고, 한 시간 넘게 치료를 받았다.  이어서, 온열 찜질을 15분 했다.  얼굴에 붕대를 감싸고 따뜻하게 해서 혈액순환을 돕는 듯했다. 처방전을 주셨는데, 스테로이드제가 들어있는 약을 보름치 받았다.  수나의 병명은 이러하다 "경추부 벨 마비, 기타 척추증, 긴장 두통 NOS".

전조증상으로 귀가 아프다고 한다.  그걸 보니 그 저게 수나가 귀가 먹먹하다고 해서 귀 파주고,  그래도 귀가 이상하다고 해서 타이레놀 주고 재웠던 생각이 불현듯 났다.  이것 또한 그 어느 부모도 알아 채지 못할 상활이었을 거라고 위로해주신다. 죄목 하나 추가된 느낌이다.


캐나다에서 돌아온 지 이주, 한국학교에 다니게 된지 일주일째.

바뀐 환경에, 학교, 학원을 다니며 얼마나 피곤했을까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그렇게 아프기 시작한 날이지만,  밝은 목소리로 잘 먹고, 잘 말하고, 엄마가 얼굴 문질러 댈 때 깔깔깔 웃어준다. 엄마를 위해 웃어준다.  수나의 얼굴이 그립니다. 어제 그 얼굴이.



From 2022.6.15일 블로그 글 https://blog.naver.com/judynam34/222773397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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