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로 돌아간다면

by 무름

어릴 적으로 돌아가고 싶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열어보는 어린이날 선물, 처음 보는 tv 프로그램, 내 첫사랑. 모두 다 그립다. 다시는 느낄 수 없는 걸 알기에 더더욱 그립다.


파워레인저와 가면라이더, 마법소녀와 로봇메카물, 어머니의 간식, 등교할 때 싸주시던 주먹밥, 하교할 때 느껴지던 노을, 학원 친구와 함께 먹던 컵라면. 이 모든 게 아련하다.


지금은 매일 보던 것, 그저 그런 것, 다 아는 것들 뿐이다. 처음 했던 그 신선함은 없고 부패되고 썩어빠진 정신만 남았다. 그 덕분에 선입견이라는 이름의 데이터베이스를 쌓았긴 했지만, 더럽게 재미없다.


아아 살기 싫다. 재미없네. 그토록 싫어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니, 나도 참 바보지. 초등학생 때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의 친구들, 하나하나 다 기억나는데 지금은 어디서 무엇 할라나. 나는 쓰레기처럼 담배만 피우며 살고 있는데, 다들 잘 지내는 듯하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의 인생은 나의 초등학생 때보다 현저히 재미가 없다. 그 시절에 난 유복했고 사랑받았으며 때 묻지 않고 순수했다.


고통을 학습한 인간의 눈에선 빛을 볼 수 없다. 마치 지금의 내 모습처럼 말이다. 내가 얼마나 불행한지, 남들과 비교하며 내세우고 싶진 않다. 불쌍한 년놈들끼리 누가 더 불우한 지 겨루는 것만큼 불쾌한 건 없다.


그렇지만, 나도 한 불행하는 놈으로써, 초등학교 시절을 제외한 내 인생은 좋지 않다. 던힐 프로스트를 입에 물고 멘솔향 느껴지는 담배를 피우다 보면 이 담배를 마저 피우고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다시는 자살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절대적인 건 절대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다시 삶의 의미를 잃어간다. 돈이 웬수다. 돈만 많았다면 모든 일은 해결될지도 모른다.


돈은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하냐면, 목숨보다 중요하다. 생명보다 가치 있으며, 사랑보다 숭고하고, 물보다 귀중하다.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 나의 모든 불편사항과 참아왔던 수고들이 모두 돈 때문이라는 걸 말이다.


태권도장, 합기도장의 누나 형들이 나눠주던 분식집 떡볶이, 한입씩 얻어먹던 그 시절이 그립다. 담배란 걸 모르고, 중독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던 그 시절엔 모든 게 다 행복했는데, 왜 나는 이렇게 돈만 밝히는 사람이 된 걸까.


돈으로 안 되는 게 없는 이 세상을 저주한다. 돈이 없다면 사람답게 살 권리조차 없어진 이 세상이 밉다. 돈을 못 벌고 있는 내가 싫다.


그저 돌아가고 싶다. 내가 가장 행복했던 그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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