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을 꿀잼으로 바꾸는 힘

by 무름

최근에 소설을 읽는 게 넌더리가 난다. 내가 재미없는 소설을 끝까지 붙들어 매는 스타일이라는 걸 이제 알았다. 아무리 재미가 없어도, 날 불쾌하게 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읽어보려 한다. 그 때문일까, 소설에 손이 안 간다.


물론 앞서 말한 이유도 있겠지만, 아마 재밌고 쉬운 것만 하려는 성격도 한몫한다. 난 태생적으로 고통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노력이라던가, 인내는 어릴 때부터 꺼려했다. 이런 내가 지금까지 살아 숨 쉬는 데에는 모두 재능이 관여했다고 믿는다.


난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뭐 그렇다고, 천재들처럼 하루 종일 붙잡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을 꾸준히 함으로써 실력자가 되는 재미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나서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압박을 받으면서 무언가를 지속해 나가는 게 여간 쉽지 않다. 조금 더 실용적인 것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 재미있고 쉬운 것만 찾다가는 인생이 송두리째 망하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 게 영어번역이었다. 언어에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 번역은 고급스러워 보였고, 재미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나에겐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감내하는 dna가 부족했다. 한마디로 의지박약이라고 할까나, 재미도 없는 영어를 지속하면서 재미있어질 때까지 지속하는 것은 나에게 불가능했다.


내 재능은 오로지 현재에 재밌는 것을 지속하여, 더 재미있게 만드는 증폭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즈음 깨달았다. 이게 2달 전의 일이다. 난 5월 달쯤에 영어를 포기하고 재미를 찾아 나섰다. 무언가 더 재밌는 게 없을까, 현재의 내가 즐거워할 만한 것들을 찾아 나섰다.


그림, 게임제작, 시나리오 쓰기. 이 3개가 눈앞에 맴돌았다. 예전에 포기했던 녀석들이었다. 그림부터 하나씩 다시 도전해 보았는데, 그림은 너무 어렵고, 게임제작은 장면 하나하나를 손수 만들어야 하는 점이 너무 번거로웠다. 그래서 남은 게 시나리오 쓰기, 즉 소설 창작이었다.


그런데 원점으로 돌아와서 난 소설에 넌더리가 나고 있다. 분명히 재미있던 것이 재미가 없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정도는 아니며, 포기한다고 다른 걸 하고 싶은 마음도 없기에, 시간을 버려가며 이 동아줄을 미련하게 잡고 있겠지만, 재미없는 소설을 읽는 것은 상당히 괴로웠다.


그렇지만 난 안다. 이 재미없는 구간을 넘겨야, 재미있어진다는 걸. 그래서 그냥 참고 읽으려 한다.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행해서야, 제대로 끝까지 해낼 수 있는 게 몇 없으리라. 그러니 내 재능에 맞게, 어느 정도 재미있는 것을 지속하여, 더 재미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하는 수밖에.


구매한 작법서를 펼쳐본다. 그 속에 소설가가 된 나의 모습이 들어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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