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이름표일까
때때로 생각해 보면, 난 이성적이라거나, 냉철하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난 가슴이 시키는 일만 하고, 머리가 아무리 틀리다 하더라도, 마음에 맞는 일만 진행시킨다.
최근에 mbti를 해보니 infj가 나왔다. 여태까지 나온 mbti 빈도수 중에 인프제가 가장 많이 나오는 걸 보면, 컨디션에 따라 조금 달라지겠지만, 난 인프제가 맞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이론적인 일들이나, 숫자로 된 일들이 너무 싫다. 세상을 더하기와 빼기, 곱셈과 나눗셈으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느낀다. 마치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어른들 같이, 모든 별들에 숫자와 번호를 매기는 느낌이다.
난 그런 것들에 지쳐버렸다. 세상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차가운 배양실에서 태아는 생산되지 않는다. 아기는 그저 가정이라는 따뜻함 속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물론 낙태라던가, 인공수정 같은 과학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것은 꼭 필요한 논의이자, 기술이겠지만 인간은 그런 식으론 자라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감성이 메말랐다는 것이다. 낭만이 오글거림이 된 사회에서 내 얘기는 그저 한 머저리의 이야기일 뿐이겠지. 하지만 책 속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이야기하고파 하는 감성이란 것이.
그렇지만 가끔 이해할 수 없는 감성의 책들이 있다. 정확히는 감성팔이를 하는 책들. 그리고 이런 책들의 대부분은 저자가 여성이다. 여성혐오라고 볼 수도 있지만, 난 여성이 감성적이고 조금 더 감정적이라고 생각하기에, 감성팔이를 본능적으로 잘하는 게 아닐까 추측해 볼 뿐이다.
그래서 올바른 감성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남성이 쓴 감성이라고 올바르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느끼기에 남성의 감성에는 감정 섞인 주장이 담겨있는 것 같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그것은 대체로 감성과는 결이 맞지 않는다고 느낀다. 주장에는 근거가 따르기 때문이다. 근거는 논리적으로 대야 하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지만, 남성이 쓴 글에는 생각보다 자신이 이성적이라고 착각하고 감정을 근거로 대는 경우가 많다.
내가 생각하기에 올바른 감성은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바로, 자기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설득하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너무 감정에 빠질 때가 있고, 남성은 너무 이성에 매몰되곤 한다. 아무리 T인 여자도, 아무리 F인 남자도 예외 없이 그런 글을 쓴다.
난 그래서 mbti를 깊게 신뢰하지는 않는다. 내가 아는 친한 형은 나와 같은 infj이지만, 난 그와 다른 점이 많다. 차라리 성별이라던가, 형제자매 순서라던가 하는 것들이 나에겐 더 와닿는다.
그래서 나에겐 성별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나의 어머니가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녀의 감정적인 일들을 기억한다. 아버지는 나처럼 감수성이 풍부하지만, 난 그의 이성적인 면모를 항상 느끼곤 한다.
스테레오 타입이자 선입견은 생각보다 유용한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 결국 하늘에 떠 있는 별에 숫자와 번호를 매기는 것은 그 아름다운 별의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