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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 말라깽이
나는 내 몸을 싫어하나?
by
mato
Aug 9. 2021
“옷이 너무 파였는데?”
친구의 옷, 목둘레(네크라인)를 보고 내뱉은 나의 말이었다.
“가슴이 보이는 것도 아닌데, 은근히
보수적이네?”라는 말이 돌아왔고
.
그래도 쇄골이...
듣고 보니 그렇다. 가슴을 노출하는 것도 아니고, 쇄골이 보이는 옷을 입어서 안 될 건 없다.
그런데 내 옷들은 왜 죄다 박시한 사이즈에 목둘레가 꽉 막힌 옷이지?
언제부터 그랬지?
“진짜 말랐다, 밥 좀 먹어.”
“팔뚝이 한 손에 잡힐 것 같은데?”
“불쌍해. 기형아 같아.”
“잘 안 먹어? 많이 먹어도 안 쩌?”
“여기도 뼈가 보여. 부럽다.”
“필요한 장기는 다 들어있어?”
“그렇게 여리여리해서 힘쓸 수 있겠어?”
그동안 면전에 대고,
내 몸무게 맞추는 내기를 하고, 마른 내 몸에 대해 아주 쉽게 평가들을 던져왔다.
어릴 때부터 말랐었지만, 어릴 때는 저런 말들을 듣진 않았다.
오히려 “말랐지만, 깡다구가 있다, 말괄량이
같다.”라는 말을 들었고, 스스로 연약하지 않음을 믿고 여러 가지 일들에 도전을 해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인격체가 아닌 여자 성인으로 굳혀가면서 많은 것 들에 부딪혔다.
통통한 사람들에게 하는 말은 실례인줄 알면서, 마른사람에게 하는 말은 실례인 줄을 모른다.
“부럽다, 좋겠다.”라고 칭찬인 듯 포장해서, 어딘가 모를 불편함을 표현하거나 반박할 수 없게 했다.
나는
오래도록 내 몸이 부끄러워서 몸매 라인이 드러나는 타이트한 옷을 거부하고, 팔짱도 편하게 끼지 않았으며, 크로스백을 맬 때면 가슴라인이 드러나지 않게 끈을 잡고 있기도 했다.
박시한 옷 속에 체형을 감추며 움츠린 자세가 습관이 되어 버렸는데, 체형이 어떻든 노출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의 당당함을 부러워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제야 살이 붙고 있는
요즘의
내 몸을 보고 새삼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살을 빼려고 돈과 시간을 들이는데, 타고난 체질을 왜 즐기지 못하고, 꽁꽁 숨기며 남의 시선에 신경 쓰며 살아왔을까? 나는 마른 내 몸을 싫어했나? 그렇지 않았다.
나는 남들이 내 몸을 평가하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그리고 여성의 옷 네크라인 안으로 보이는 속옷과 가슴골을 보며 낄낄대는
사람들을 본 적 있고, 앉아있는 여성의 스커트 아래 속옷을 보며 낄낄대는 사람들을
본 적 있다.
“가벼울 것 같은데, 한번 업어 봐도 돼?
“쉽게 넘어뜨릴 수 있겠다.”
“때리면 부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아.”
“말라서 좋겠다. 남자들이 좋아하잖아.”
“벗겨도 볼 것도 없겠다.”
“마른 애들이 느낌 좋다던데. 진짠가?”
남자들이 좋아하면, 고마워해야 하나? 여성들의 몸과
속옷이 왜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지?
내가 내 몸을 숨겼던
또 하나의 이유는 몸평을 이은 성희롱. 성적 대상화되고, 위협을 받아야 하는 것이 정말 수치스럽고 불쾌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가 눈치 보고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 그들이 부끄러워할 일이라는 것을 안다.
이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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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소멸하지 못한 결핍이 넘쳐흘러 문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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