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지영 산문_해냄
오랜만에 공지영 작가님의 산문을 읽었다. 제목이 좋아서 학교 도서관에 신청한 책이었으며, 무슨 내용인지 궁금했다.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라는 제목이 주는 어떤 위화감도 있었다. 나의 삶이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데 다시 외로워질 것이라니. 그래서 제목이 참으로 무겁게 다가왔다. 그래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 공지영 작가님의 책을 나는 늘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책은 술술 재미있게 잘 읽혔다. 예상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산문이기는 하지만, 예루살렘의 여행기가 주된 내용이었으며, 신앙에 대한 고백이 담겨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책을 펼치자마자 제목의 의미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는 신의 목소리이며, 어떤 순간에 선 작가님의 선택이 될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외롭지만 곧은길을 걸어가야 하는 당위성이고 신념이 될 수 있는 구절이었다. 나는, 다시 외로워질 것을 감수하고 의로움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런 질문을 가지고 책 읽기를 시작하였다.
1. 사랑하는 사람은.
그렇구나. 그래서 가끔 하나님이 답답했구나. 전지전능하다면서 저 나쁜 놈들에게 벼락도 내리지 않기에 나는 무력한 신이 답답했었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삼갈 일이 많다는 거구나. 아기를 재운 엄마가 아무리 나쁜 놈이 와도 큰 소리로 싸우기를 주저하듯이, 함부로 움직이지도 소리 내지도 못하는 거구나. 그래서 악은 일견 시원해 보이고 사이다 같고 힘이 세 보이는 거였다. 누가 다치든 상처 입든 상관이 없을 테니. 그래서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삼가야 할 일이 많고 헤아려줄 일도 많고 그래서 많이 약해 보이는 것이었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동백이를 누구보다 사랑하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나는 동백이와 함께 꼬박 하룻밤을 앓았다. (41쪽)
작가님처럼 나도 하나님이 답답하게 느껴진 적이 있다. 세상의 어떤 불합리한 일들을 마주할 때, 분명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더 잘 사는 사람들을 만날 때, 무례함이 지나쳐 온 세상에 자기가 제일인 듯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을 만날 때, 하나님이 있다면 왜 저런 사람은 벌을 받지 않는 걸까,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작가님은 어느 날 주인의 무리한 욕심으로 고통받고 있는 강아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는 그 강아지를 주인에게서 구해온다. 그렇게 함께 살게 된 강아지 동백이. 동백이는 이미 많은 질병을 앓고 있었고, 동백이가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돌아온 날 작가님은 동백이를 누구보다 사랑하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사랑하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자각하는 것, 그리고 고스란히 그 시간을 견디어 내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은 삼가야 할 것이 많고 헤아려야 할 것이 많다는 작가님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만사에 조심스러워졌다. 혹여나 나의 작은 행동이 파장을 몰고 와 아이에게 영향을 주지나 않을지, 아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겁이 났다. 그랬었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참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책의 말미에 강아지 공동백 이야기가 또 나온다. 처음의 주인이 강아지를 보자 갑자기 자기 앞에 나타났다며 죽이려 한다. 작가는 이에 맞서 강아지를 지킨다.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삼가야 할 것이 많지만 결국은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 던지는 순간, 그런 순간들도 있는 것이다.
2. 불확실성, 인간의 숙명이자 에너지의 원천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내 삶의 남은 시간들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신앙이란 무엇이며 선함이란 또 무엇인가, 올바르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면 생각의 동굴은 깊어져서 새소리 멀어지고 물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 속으로 나는 자주 잠수하곤 했었다.
그 생각들 속에서 한 가지 확실했던 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불확실성'이야말로 인간의 숙명이자 에너지의 원천일 것이다. 내게도 그것은 참이다. 내 스무 살 때 "당신은 세 번 이혼할 것이며, 결혼 생활은 기억도 하기 싫게 불행할 것이며, 성이 다른 세 아이를 두는데 그 아이들이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며, 당신은 돈을 좀 벌긴 하지만 당신 손에는 한 번도 쥐어보지 못할 것이고, 당신의 안티들이 당신이 책을 낼 때마다 따라다니며 악다구니를 쓸 것이다"라는 예언을 들었다면 나는 온전할 수 있었을까. (268쪽)
이 책은 성경의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고 있다. 또한 예수님의 길을 따라가며, 그 신앙의 고백과 삶의 의미를 책 속에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한 편으론 나의 신앙의 모습에 대하여 생각해보기도 하고, 여전히 내 이해의 폭으로는 알 수 없는 주님의 선택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도 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사실. 작가님은 그것이 인간의 숙명이자 에너지의 원천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도 '알 수 없음', 그 불확실성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앞으로의 모든 일들을 알았더라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불안도가 높은 사람이다. 그래서 영화도 알고 보는 영화를 좋아하며, 지극히 희망적인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기독교라고 이야기하지만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을 보고 싶어지고,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까, 사주나 타로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지인이 소개해 준 점집에 예약을 해서 삼 주 만에 점을 본 적도 있다. 법사님이 올 한 해 심심하고 무탈할 거라고 하셔서 정말 좋았다. 그런 심심함들이 나는 오히려 편안하고 좋다. 그런데 다쳤다. 무탈하지 않았으며, 사고는 갑자기 일어났고, 연쇄적으로 마음의 우울감이 찾아왔으며 그걸 극복하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일상을 보내고, 그러다 보니, 그래, 다칠 수도 있지 그런 마음에 다시 편안함이 찾아왔다. 알 수 없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음. 그로 인해 삶은 또 어느 정도의 불안함이 있겠지만 또 그렇게 살아가겠지. 그런 마음. 그래서 작가님이 말씀하신 인간의 숙명이자 에너지의 원천이란 '불확실성'이 나는 참 마음에 든다.
3. 정리
'할머니는 불운을 물리치는 유일한 방법은 뜻밖의 친절이라고 했다. 그것만이 삶이 구렁텅이에 빠질 때 우리가 무너질 거라고 믿는 악마를 혼란스럽게 할 거라고." 이 구절을 읽다가 나는 한참을 더 들여다보았다. 뜻밖의 친절, 할머니는 그것이 베푸는 친절인지 받는 친절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아시다시피 받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걸 주는 일일 뿐일 것이다. 어쩌면 그건 배고픈 이의 고달픈 삶의 길에서 반짝이는 작은 은화 같은 것이었으리라. 그것이 받는 것이든 주는 것이든. 또한 내가 그것을 남에게 주면 삶의 구렁텅이에 빠진 한 사람을 구할 수도 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인간은 이상하게도 남이 나로 인해 행복해지면 덩달아 행복해지는 존재가 아니던가.(117쪽)
책을 다 읽고 작가님이 인용한 줄리아 윌튼의 '오늘의 자세'라는 책도 읽고 싶어졌다. 또한 선한 삶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늘 다정함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불운을 물리치는 유일한 방법, 뜻밖의 친절이란 구절이 나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는 뜻밖의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살면서 나도 모르게 받았던 뜻밖의 친절을 나는 베푸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조금 더 선한 사람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일렁인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삼갔던 일이 있다면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어떤 순간이었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이 책은 '불확실성'이 인간의 숙명이자 에너지의 원천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