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클럽 문학동네 # 이달책 2호 # 전영애 지음_문학동네
북클럽 문학동네의 이달책 2호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장소에서, 각자의 상황에 맞게 이 책을 읽어내고 독파 어플을 통해 자신의 글 읽기를 후기로 남기는 것, 참 좋은 일 같다. 잘 모르는 누군가와 함께 이 책을 서로의 자리에서 읽을 생각을 하니 설레고 좋다. 북클럽 문학동네를 통해 나의 책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아마, 이달책이 아니었으면 읽을 생각을 잘하지 못했을 책, 하지만 읽지 않았으면 아쉬웠을 그런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문학기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전혀 책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 배경지식도 없었으며, 괴테에 대한 앎도 얕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뭔가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괴테의 삶에 대하여도 알게 되었고, 어떤 시들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문학에 대한 강의를 듣는 기분도 들었으며, 괴테가 살았던 장소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전영애 작가님이 운영하고 있는 여백서원이 궁금해졌고 언젠가 꼭 가보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제목, 참 촌스럽다고 여긴 제목의 뒷 구절을 알게 된 것, 그게 좋았다.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내가 살아있는 것 알게 되었네." 구절을 소리 내어 읽은 동안 마음 깊숙이 따뜻함이 몰려왔다.
1. 은유의 힘
"그대 선에 대하여 보답을 받았던가?" 화살 하나, 고운 깃이 달린 화살 하나의 은유가 눈부셔서 시어의 힘을 확인하게 되는 짧은 시입니다. 시와 지혜의 어울림이 부드럽고도 참 힘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인 물음으로 시는 시작됩니다. "선에 대하여 보답을 받았던가?" 제아무리 대가를 생각하지 않았더라도, 제아무리 마음을 비운다 해도 범인인 이상, 뭔가 좋은 일을 하고 난 사람의 마음 바닥 어딘가에는 남아 있게 되는 보상심리의 잔재를 이 물음은 정조준합니다. 그러나 부드럽게 풀어냅니다. 그 열림과 너그러움이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 깊이 남습니다. 영롱한 오색 깃털을 단 화살이 방금 눈앞을 날아가는 걸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은유의 힘이 참으로 큽니다. (31쪽)
책은 괴테의 시를 한 구절 소개하고, 시에 대한 이야기, 작가님의 생각들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괴테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 유명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그냥저냥 이야기만 들었지 직접 읽어보지는 않았다. 베르테르 효과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고전임에도, 이상하게도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아주 조금 '괴테'가 궁금해졌고, 소설 아닌 시를 통해, 또는 편지의 구절을 통해 만나는 '괴테'가 어떤 책을 썼는지 알고 싶어졌다.
인용한 이 부분은 괴테의 시 구절뿐만 아니라, '은유의 힘'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준 부분이다. "그대 선에 대하여 보답을 받았던가?"라는 질문에 대한 다음 구절, '나의 화살은 고운 것 달고 날아갔다오'는 마음에 아주 잔잔히 다가왔다. 선에 대하여 보답받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편이었고, 친절이 몸에 배어있었다. 친절 외에는 스스로를 드러낼 방법이 없어서 그랬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정함과 친절함이 내 삶을 조금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고, 고운 시간들을 만나게 해 준 건 사실이다. 때때로 나의 친절이 누군가에게 부담이 된 적도 있었고, 오히려 오해를 낳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든 마음. 왜 내 마음을 몰라주지, 그런 마음들이 스멀스멀 기어 왔다. 그리고는 섭섭함과 분노를 불러왔다.
'나의 화살은 고운 것 달고 날아갔다오' 이 구절에 마음이 풀어졌다. 마음을 돌려받기 위해 주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섭섭한 내 마음을 설명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구절은 그 어떤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단단하게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선에 대하여 보답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내가 띄운 화살은 하늘이 열려있으니 어디든 맞았을 것이고, 나도 누군가가 보낸 선의 화살을 맞았었을 수도 있다는 것. 은유의 표현이 더 오래, 더 깊이 마음에 다가온다.
2. 꿈꾸는 삶
"꿈을...... 일상의 삶 속으로 적절히 조제해 넣을 수 있으면 좋겠지요. 꿈과는 까마득히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꿈을 실현하겠다고 물불 안 가려선 무리가 따르는 법입니다. 좋은 꿈이라고 해서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을까요. 삶에다, 마치 조제약에다 한 가지를 첨가하듯 꿈을, 어떻게든 조금씩이라도 섞어가면, 삶이 견디기 낫고 사람도 반듯해지고 꿈도 단단해지겠지요."
그런 선생 티 날 얘기가 청년 앞에서 저절로 나온 건, 농촌에 와서 오래 살다 보니 주변에서 가끔, 이제는 드디어 "꿈을 실현하겠다"라고 작성한 사람들을 마주치기 때문입니다. (113쪽)
작가님이 교수님이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독일에 유학을 가기까지의 과정, 다시 한국에 돌아와 교수로 은퇴하고 여백서원을 짓고 강의를 하는 그 일련의 과정이 이 책엔 잘 드러나 있다. 매 순간 아무런 어려움 없이, 도달하고자 하는 그 길을 가신 분이 아니었기에, 읽으면서도 마음에 존경심이 일었다. 그렇게 살 수 있구나, 꿈을 향해 그렇게 걸어갈 수 있구나, 그런 마음.
워낙 하루만 사는 삶에 익숙해져 있어 꿈을 꾸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무엇을 하고 싶다는 버킷 리스트도 먼 미래의 모습이 아니라, 당장에 하고 싶은 것들로 채울 때가 많다. 여행 가기, 전국 야구장 다 돌아보기 같은.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는 것들. '어떻게 살고 싶다'라는 가치를 찾아가는 길 가운데 있지만 여러 번 흔들린다.
야간학교 봉사활동을 하면서 막연히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난한 세월 동안 학원강사로 일했었다. 학교에서 일하면서 매번 감사함을 느낄 때가 많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릴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참 오래 꿈꿔왔던 무언가를 향한 첫 발을 디딘 느낌이었다. 어느새 132편의 독서감상문을 올리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나는 무슨 꿈을 꾸며 살고 있는가?
인용한 부분은 작가님이 젊은이에게 하신 말씀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일상의 삶 속에 꿈을 조금씩 실현하며 살아가는 것, 그래야 삶이 견디기 쉬우며, 사람도 반듯해지고, 꾸미고 단단해진다는 말씀. 그 어떤 격려보다 힘이 되었다. 꿈을 꾸지 않고 살아온 지 오래되었지만,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꿈을 말하기 부끄러워 저 마음속 숨겨두었던 꿈을 마주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3. 정리
책을 읽는 내내 시 강의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괴테가 살았다던 바이마르의 길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여백서원의 숲길을 걷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시 구절에 대한 해석을 통해 시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도 했다. 평소 내가 읽던 책과는 조금 결이 다르긴 했지만 그로 인해 내 인식의 틀이 넓어진 기분이 들기도 했다. 또, 선해지는 기분. 오늘은 좀 더 열심히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것 또한 책의 힘이라 생각한다.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내가 살아 있는 것, 알게 되었네.' 이 구절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책이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선에 대한 보답을 받은 적이 있다면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내가 쏟아 올린 화살은 무엇이었으며, 나는 어떤 방식으로 보답을 받았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꿈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어릴 적 이루고 싶었던 꿈이 있다면 무엇인지, 지금 그 꿈에 얼마만큼 다가갔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