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박 11일_도서관_혼자, 그리고 함께의 여행.
전주 여행 10박 11일을 다녀왔다. 혼자 며칠간 있었고, 엄마와 조카, 올케가 며칠 와 있어, 나의 여행은 혼자이면서 함께였던 시간이었다. 매년 설레는 마음으로 다른 도시 살이를 계획하곤 한다. 처음은 강릉 6박 7일이었고, 그땐 혼자서 밥을 먹지 못해 늘 숙소에서 뭔가 주전부리를 밥처럼 먹곤 했었다. 그리고 다음은 여수였고, 여수는 혼자 머물렀던 시간이 적어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전주.
지인들과 함께 갔던 전주가 좋아, 무작정 여름 여행으로 전주를 가겠다 마음먹었고, 여행일정이 다가왔을 때야 무엇을 해 볼까, 고민했더랬다. 하지만 여행이란 것이 계획을 벗어나 그날그날 그렇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의미를 꽉 채운 것임을 이번 여행을 통해서도 배웠다.
나의 여행은 '마실'이다. 동네 주민인양, 그렇게 일어나 어디 한 곳 다녀오고, 카페를 갔다 집에 들어와 늘어져 있다가 저녁에 배 꺼트리기 위해 산책하듯 동네를 돌아보는 시간. 이번 여행은 그 마음이 온전히 충족된 참 좋은 시간이었다.
전주는 도서관의 도시라고 한다. 여행 기간 동안 도서관을 많이 다녀왔다. 동네 마실 다니듯 다녀야지 마음먹었지만, 여행자의 마음을 숨길 수 없어, 다른 도서관을 계속 찾아보게 되었다. 특히나 전주는 특화된 어떤 분야의 도서관이 많았다.
[도서관]
- 아중호수도서관: 음악특화도서관으로, 청음실에서 공연 영상을 볼 수 있으며, 호수를 배경으로 LP음악을 들을 수 있다. 1인당 30분의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음악을 들으면서 호수를 바라보는 그 시간은 가치 있다.
- 학산 숲 속 시집 도서관: 가장 오래 머물렀던 장소. 도서관이 너무 작아 수용 인원이 몇 명 되진 않지만, 그래도 창밖으로 보이는 수국과 맏내제 연못, 여름의 푸르름이 좋아서 앉아서 책을 읽는 동안 시간이 가는 줄을 몰랐다. 방학이라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선생의 본능을 숨기지 못하고 말이 걸고 싶었으나, 잘 참았다.
- 동문 헌책 도서관: 한옥마을 내에 있는 도서관이다. 지하 1층은 만화책과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도서들이 있다. 들개이빨님의 '먹는 존재'를 다 읽고 오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 다가 여행자 도서관: 어린이 팝업 도서과 여름을 주제로 한 그림책들이 많았다. 여행 관련 도서를 주로 다룬다고 하는데, 팝업 도서가 더 눈에 들어왔다. 여행자를 위한 도서관이란 느낌이 들어 좋았다.
-서학예술마을 도서관: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이 도서관을 처음으로 방문했다면, 다른 도서관을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마실여행의 목적에 맞게 아침이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동네 빵집에서 빵을 사서 집에 들어와 쉬다가 다시 나가는 그런 일상을 실천했을 것 같은 느낌의 도서관이다.
10박 11일의 여행이었고, 전주의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도서관과 작은 서점을 둘러보았고, 판소리 공연을 들었고, 전시회를 다녀왔으며 전주의 유명한 밥집들을 찾아다녔으며, 근처 완주의 고택과 카페를 갔다 왔다. 그럼에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머무는 내내 여름날의 온전함 속에 들어가 있었던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름을 보내는 아쉬움.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쨍한 여름날을 좋아하게 된, 그래서 떠나보내는 아쉬움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