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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시간 145. 일상의 재발견

# 내가 좋아하는 나로 사는 144인의 일상력_컨셉진

by 벼리바라기
일상의 재발견_사진.PNG

고등학생 시절부터 참 좋아하던 잡지책이 있었다. 월간잡지였다. A4사이즈의 두꺼운 종일 질감의 표지와 계절의 풍경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사진, 빼곡히 적힌 활자, 그리고 귀여운 만화와 다양한 주제의 내용까지.

'PAPER'라는 잡지는 나에게 글 읽기의 즐거움을 준 책이었다. 잡지에 실린 만화나 사진을 오려 따로 코팅하여 책갈피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계절 달력은 벽에 붙여놓았으며, 어떤 부분은 찢어 거기에 편지를 쓰기도 했고, 편지봉투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그만큼 잡지는 나에게 활용도가 높은 책이었다.


이번에 읽은 책, '일상의 재발견'은 고등학생 시절 참 좋아했던 그 잡지를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더 쉽게 책을 읽어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책 속 사진에 실려 있는 짧은 글들이 누군가의 인터뷰를 떠올리게 만들었으며, 감각적인 책 표지가 예뻐서 눈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부제가 '내가 좋아하는 나로 사는 144인의 일상력'. 부제마저 멋지다. 단숨에 읽어 내려간 책이다. 내용이 워낙 쉽기도 했지만, 그만큼 몰입력이 강하기도 했다. 짧은 글이라 쉽게 읽히면서도,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1. 매일 하는 일에 의식 더하기


매일 하는 일에도 나만의 의식을 더한다. 예를 들면, 카피를 쓸 때는 꼭 줄이 그어져 있지 않은 노트 위에 연필로, 정말 중요한 카피를 쓸 때는 그 연필도 조금 더 세심하게 고른다. (중략) 특별한 연필에서 특별한 카피가 나올 것이라 굳게 믿는다. 100미터 달리기를 하기 전 숨을 고르듯, 카피를 쓰기 전에 연필을 뾰족하게 깎는다. 머리가 복잡할 땐 책상 위에 작은 정원을 가꾸는 마음으로 모아둔 연필통에서 이런저런 연필을 꺼내 들여다본다. 지루한 일상 위에 올려진 후추알 같은 순간이다. (153쪽)

- 광고회사 <TBWA KORE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유병욱 -


이 책은 '당신의 일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노하우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144명의 답변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의 일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크고 대단한 어떤 일들이 아니라, 소소한 하루의 작은 감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어찌 보면 참 평범할 수 있는 결과와 대답이지만, 그걸 확인하고 기억하는 것은 실천하는 사람의 몫이겠구나 생각했다.

'매일 하는 일에 의식을 더하기'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유병욱 님의 인터뷰 내용의 제목이다. 읽으면서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늘 시험을 앞두고 의식처럼 하던 일들이 있었다. 책상정리. 공부를 하기에 앞서 나는 숨을 고르듯, 책상 정리를 했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책상 위의 먼지도 깔끔하게 닦아내고, 샤프와 볼펜을 정리하고, 색연필을 분류하여 연필꽂이에 꽂아두는 일. 책상 유리에 끼워져 있던 엽서와 사진들을 바꿔 넣고 책상 유리 밑엔 나중에 들기 쉽게 10원짜리 동전을 올려 두는 일. 그렇게 한바탕 정리를 하고 나면 주말 반나절이 훌쩍 지나곤 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공부하기 싫어서 저런다며 잔소리를 하시곤 했지만, 나에겐 시험을 준비하는 나만의 의식이었다.

일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유병욱 님의 방법은 매일 하는 일에 의식을 더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지만, 일상의 재미를 더하는 일이었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똑같은 나의 일상에도 의식을 더하는 일이 더해진다면 그것을 더 열심히,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도 들었다. 찾아봐야겠다. 나의 일상에 의식을 더하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2. 매일 한 가지 약속 지키기


일과를 촘촘히 계획하면, 어느새 지키지 못하는 일이 많아지고 때로는 부담이 되어 어떨 때는 압박감까지 느낀다. 하루를 바쁘게 사는 것도 좋지만 행복해지기 위해서 부담을 내려놓고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나와의 약속 한 가지만 지키는 것이다. '오늘은 퇴근길에 근처 공원을 걸어보자', '아침에 오믈렛을 만들어 먹자', '배경 화면의 앱을 정리하자' 등 거창할 필요 없이 지킬 수 있는 소소한 하나를 정하고, 그 하나만큼은 꼭 지키자고 나와 약속한다. 매일 한 가지 약속을 정하고 지키다 보니, 어느새 그것이 단순하 약속을 넘어 내 삶을 가리키는 자세와 규범이 됐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말과 행동에도 집중하게 된다. 오늘도 나와의 약속을 정한다. 오늘은 '아침에 출근하면 큰 소리로 인사하기'다. (281쪽)

- 프리랜스 그래픽 디자이너, 김하람 -


워낙 다이어리 적는 일을 좋아하다 보니, 아이패드 키노트를 이용해 다이어리도 직접 만들고, 매일매일 실천해야 할 과제도 만들어 스티커를 붙인다. 과제가 과하지는 않다. 최근 2년 동안의 나의 한 해 목표가 '매일 발견하는 일상의 작은 기쁨'이었다. 어디선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천 가능한 작은 목표 달성을 통해 성취감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글을 읽은 적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에 딱 맞게 생활하고 있는 중이다. 아주 작은 일들을 목표로 적어놓고, 그 일을 실천한 다음 다이어리에 확인 스티커를 붙인다.


예전엔 김하람 작가님처럼 해야 할 일을 잔뜩 적어놓고 다하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많이 여유롭고 넉넉해졌다. 해야 할 일을 적어두긴 하지만, 쫓기지 않는다. 못할 수도 있음을 잘 알기도 하고,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각도 있어 이제는 해야 할 일을 그날 다하지 못했으므로 인해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는다. '마감력'이 발휘되면 다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교사에게 있어 '마감력'은 시험문제 원안지 제출일, 공문 발송 마감일 같은 일이다.


매일 한 가지 약속을 정하는 일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도 매일 한 가지 약속을 정해실천해 봐야겠다. 365일 아침마다 새로운 약속들을 정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걸 다이어리에 기록해야겠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 나는 '여름이 지나가는 길목의 나뭇잎 줍기'를 해 봐야겠다.

3. 정리.


가벼운, 쉽게 읽히는 그러면서도 비슷비슷한 내용의 책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나와 같음'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비슷하구나. '내가 좋아하는 나'로 살기 위해 일상을 재발견하고자 노력하는 삶. 그것이 피로함이 아니라 기쁨이 될 수 있는 삶. 모두들 그렇게 살아가는구나, 그런 마음을 발견하고 위로받는 책이었다. 그러면서도 새로이 뭔가를 하고 싶단 마음이 들었다. 소중한 누군가가 떠올랐고, 전화를 하고 싶어졌으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싶었고, 사진 한 장을 찍어 메모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 사소하지만 나의 일상을 찬찬히 기록하며 살아야겠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의식'을 더한다면, 어떤 의식을 더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혹시 자신이 매일 루틴처럼 하고 있는 의식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오늘 하고 싶은 '한 가지의 일'이 있습니까? 없다면 오늘 하고 싶은 한 가지 일을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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