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시간 160.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 리즈 마빈 글, 애니 데이비드슨 그림, 박은진 옮김_아멜리에, 북스

by 벼리바라기


제주 여행을 갔다 왔다. 꼭 가보고 싶었던 서점, ‘소리소문’에서 발견한 책이다. 서점에 들어가는 길 동백나무가 한 다발 꽃다발처럼 사람들을 반겨주고 있었다. 겨울의 차가운 세상 가운데 초록의 나무와 빨강 꽃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한 곳으로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작은 마을의 작은 글방’이라는 서점의 이름이 내 발걸음을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책방지기의 작은 설명들이 서점 곳곳에 붙어있어 책을 선정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책 표지가 참 예뻐서, 나무를 좋아하는 내 마음을 잘 담고 있는 것 같아서, 나무 그림과 짧은 글들이 읽기가 좋아서 이 책을 샀다.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나무의 속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삶의 태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무의 특성이지만, 곧 함께 살아가는 삶에서 필요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1. 주목나무


주목은 오랜 삶의 지혜를 품은 할머니 같은 나무다. 예로부터 주술적 상징을 지닌 신비로운 나무로 여겨졌고, 오랜 생명력을 자랑하며 길게는 2000년까지도 산다고 한다. 하지만 이 나무의 정확한 나이를 알기는 어렵다. 자기 나이를 감추려는 듯 세월이 흐를수록 속이 텅 비는 경우가 많아 나이테를 셀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나무의 장수 비결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자라면서 뿌리를 넓게 뻗어 내리는 데 있다. 혹시라도 나무가 훼손될 경우를 대비해 뿌리에 영양분을 저장하는 것이다. (15쪽)


책에서 발견한 주목나무는 정말 오래된 나무 같았다. 주목나무를 그린 그림을 보면 나무의 속이 텅 비어있어 마치 어린아이들의 비밀장소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런 주목나무의 특성이 세월이 흐를수록 속이 텅 비는 것이라니, 그래서 나이테를 셀 수 없지만 뿌리는 깊이, 넓게 뻗어 내리는 것이라니 신비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겸손해야 함을 알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선 여전히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욕망이 든다. 세상의 중심이 내가 아님을 알면서도 나를 위해 많은 것들이 움직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게도 있다. 그런 마음을 발견할 때면 숨기고 싶은 어떤 일을 들킨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린다. 늘 그림자처럼 살고 싶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면서도 나의 내면엔 주목받고 싶은 마음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나 보다.

주목나무는 세월이 흐를수록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자라면서 뿌리를 넓게 뻗어 내린다고 한다. 나중에 나무가 훼손될 경우를 대비해 뿌리에 영양분을 저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중을 대비하는 지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가꾸는 마음이 어쩌면 주목의 마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2. 버드나무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터전을 돌보지 않으면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꾸려나가기 어렵다. 버드나무는 무너질 듯한 강기슭이나 더러운 강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는다. 특유의 뿌리 구조로 허물어지기 쉬운 토양을 단단히 붙들고, 물속의 오염 물질을 비료 성분인 질산염으로 바꾸어준다. 자기 돌봄은 거창하고 대단한 일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화사한 새 침구를 장만하거나 특별한 점심 한 끼를 먹거나 버드나무가 강기슭을 안정적으로 다지는 것처럼, 삶의 터전을 가꾸는 작은 움직임이 결국 자기 삶을 돌보는 일로 이어진다. (26쪽)


버드나무가 물가 근처에 늘어지게 잎을 내리고 자라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들의 서걱거리는 소리가 좋아 멀리서 바라다보가 가까이 다가가면 그 늘어진 잎들이 조금은 무서워졌다. 마치 긴 머리카락을 물속에 담그고 있는 여인 같기도 했고, 어린 시절 들었던 버드나무에 얽힌 무서운 이야기들이 떠올라 내심 서늘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무이다.

책을 읽으면서 알지 못했던 버드나무의 속성을 알 수 있었다. 특유의 뿌리 구조로 흙을 단단히 붙드는 것, 물속의 오염 물질을 질산염으로 바꾸어 주는 것 등 버드나무가 살아가기 위한 생존의 전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가님은 버드나무에서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터전을 돌보는 일의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꾸려나가는 일이 거창하고 대단한 일이 아닐지라도 삶의 터전을 가꾸는 작은 움직임이 결국 자기 삶을 돌보는 일로 이어진다는 것, 참 당연한 일이지만 잊고 살기 쉬운 진리인 것 같다.

나는 내 삶의 터전을 어떻게 돌보고 있을까? 또 어떻게 돌보아야 할까?

분명 체력이 좋아진 것은 아닌데, 요즘 걷는 시간이 늘었다. 여름보다 겨울은 걷기가 훨씬 수월한 것 같다. 나는 겨울을 더 좋아하고, 겨울의 찬바람에 귀와 손이 얼어도 걸으면서 상쾌해지는 그 기분을 즐긴다. 나는 그렇게 나를 돌보고 있다. 겨울의 차가움을 온몸으로 받으며 뭔가 단단해지는 기분을 느끼는 것, 온갖 상념 속에서 붙잡아야 할 생각 하나를 발견하는 것, 그렇게 내 삶의 터전을 돌보고 있다. 나무가 자신의 터전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 삶의 단단하게 붙들 듯이 내 삶을 그렇게 붙들고 있다.


3. 정리


짧은 글이지만 술술 잘 읽힌다. 나무들의 그림을 보는 것도 좋다.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숲 속 동물들의 그림도 있어 숲의 조화로움을 발견하는 기분이다. 다만, 나무그림이 다 비슷비슷한 것 같긴 하다. 나무를 구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런 잎도 열매도 없는 겨울나무를 발견하였을 때에도 그 나무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읽은 책이다. 짧은 글이지만 나무의 삶과 인간의 삶이 결국 다르지 않음을, 또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해 준 책이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주목나무처럼 나중을 대비하는 나만의 지혜가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삶의 터전을 어떻게 돌보고 있습니까? 삶의 터전을 돌보는 작은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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