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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바라기 Jul 31. 2023

책들의 시간 45.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_김민섭 지음_창비

  이번 책은 제목이 참 좋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읽은 ‘회색인간’의 작가 김동식 님을 발굴한 사람이 김민섭 작가라는 이야기를 들어서이다. 그래서 궁금함이 있어 책을 읽었고, 읽으면서 오래전 언젠가 뉴스에서 보았던 사건의 주인공이 ‘김민섭 작가’라는 사실에 참 신기하고 재미있어 끝까지 잘 읽어 내었다. 

  책을 읽고 있는데, 딸이 물어보았다. 

  “정말 당신이 잘되면 좋겠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늘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이 있지만, 불특정 다수를 향한 잘되기를 열망하는 마음이 나에게는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며 책을 읽었다.      


1. 연대보다는 가벼운, 그렇지만 의미 있는 연결의 방식을 찾아서. 


이전의 연대가 눈에 보이는 굵은 밧줄로 각각을 단단히 묶는 것이었다면 새로운 시대의 연결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끈으로 느슨히 이어져 있는 서로를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평소에는 잘 모르더라도 누군가가 그 끈을 잡아당기면서 “저 여기에 있어요.”하고 말하면 우리는 그가 그 자리에 있었음을, 그리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말하는 것이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고. 그러면 나도 잘 될 수 있을 것이고, 우리 모두 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라는 이 평범한 감각이 어쩌면 우리 사회를 지탱시켜 왔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단단한 개인으로 살아가며 동시에 자신의 연약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우리 모두가 타인을 구원해 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우리 스스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연결이란 결국 나와 닮은 사람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일이다. (113쪽)


  소설이든 인문학책이든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결국은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연대는 아닌가, 비슷한 사람들 사이의 연대, 그것이 힘이 되고 세상을 이기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많다. 외로움의 극복도 연대로 가능할 것이라 믿었고, 노년 사회의 많은 문제들도 연대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연대까지 이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정작 나 같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으면서도 혼자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또한 한편으론 뭔가 거창한 연대라는 것이 어울리지 않다 여기고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열망은 있어 이런 내가 연대를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한 그런 고민.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 답의 실마리를 발견한 기분이다. 느슨한 연결, 그리고 그 연결로 단단해지는 삶. 나와 닮은 사람의 범위를 확장해 나가는 것. 그리하여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선한 세상을 이루어나가는 것. 그것이 연대를 잃어버린 세상에 대한 답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크게 네 가지 활동으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그 연결의 경험을 통해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처음은 헌혈이었으며, 그리고 방송에도 소개되었던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 그리고 고소의 과정, 마지막으로 달리기. 그 과정 가운데 작가는 작고 온화하게 그 자리에서 타오르는 삶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연결, 평범한 사람들의 연결이 중요함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공감이 갔다.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는 몇 년 전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비행기표 나눔에 대한 이야기. 해외여행을 갈 수 없게 된 김민섭이 영어 철자가 똑같은 김민섭을 찾는 프로젝트였고 그 결과는 잘 모르지만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방송을 통해 본 적이 있었다. 그 프로젝트의 기획자였다니, 조금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물론 의도한 기획은 아니었지만, 책을 통해 그 과정과 결과를 알 수 있었다. 

  나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발견했을 때,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리고 괜히 좋은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처럼, 비행기 티켓을 양도하면서 자신과 똑같은 사람의 삶을 응원하게 되는 그 과정의 이야기가 참 좋았다. 작가의 말처럼 연결이란 결국 나와 닮은 사람의 범위를 확장해 나가는 것이라면 결국은 내가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 것.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마음의 연대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2. 고소, 용기가 필요한 일. 


다행히 그들은 이제 거의 도태되거나 멸종된 것처럼 보였다. 그들을 만나는 일도 발견하는 일도 어려워졌다. 그러나 그들은 멸종한 것이 아니라 진화했는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보통 사람처럼 살아가다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이 보이면 곧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오늘의 그처럼. 그들은 그래도 된다고 믿는 존재에게는 여전히, 그리고 이전보다도 더 무례하다. (137쪽)     

무슨 일을 하든 ‘이건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일이니까 괜찮아.’하고 합리화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정의로움을 내세우고 그에 경도되기는 쉽다. 타인을 악으로 규정하고 그를 심판하려 하기도 쉽다. 그러나 자신만이 옳다고 믿는 사람만큼 위험한 사람도 별로 없다. 나는 이 고소를 진행하는 동안 가져야 할 하나의 원칙을 정했다. 나를 끊임없이 의심하기로 한 것이다. 스스로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 건 필요한 일이지만 그러다 보면 곧 괴물이 되어 버릴 것 같았다. 고작 이만한 일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당위를 찾아내려 했는 것을 보면, 나는 참 나약한 사람인 것이다. (172쪽)


  참 고소가 많은 세상이다. 맞물린 일들 가운데 누군가의 행동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고소를 당한 적도, 고소를 한 적도 없다. 그것을 고마워해야 하는 일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작가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난 다음 자신에게 계속 욕을 한 상대방을 고소한다.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잘 담겨 있다. 읽으면서, 작가만을 응원하지는 않았다. 아직 내 생각 가운데, 고소가 답이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가 계속 욕을 한 상대방을 고소하기로 마음먹고 그 순탄하지 않은 과정을 해내면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한 말. 정의로운 일을 한다고, 옳은 일을 한다고 착각하지 않는 것, 스스로를 의심하는 것 그 과정이 좋았다.      


  뉴스를 보면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럴 때마다 ‘저 사람은 참 이상하다’를 입에 달고 뉴스를 보게 된다. 하지만, 상식의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진 요즘, 내가 하는 일만이 정의롭다고 여기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을 잘 세울 수 있는 것, 그래서 옳고 그름을 분명히 구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말은 ‘인간에 대한 예의’였다. 공지영 작가님의 소설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이, 나는 참 좋았고, 소설의 내용과는 별개로 늘 되새기며,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의 기준을 만들었던 것 같다. 그것처럼, 상식도 자신의 기준에서의 상식이 아니라 세상에 통용될 수 있는 상식이 필요함을 많이 느낀다. 


  고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적당히 참고 살 수 있으면 참지 뭐, 그렇게 마음먹었던 마음이 존중되지 못하고,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인식되게 되는 것. 그렇게 인식하는 사람의 행동이 잘못되었지만, 어쩌면 참지 말아야 할 일에도 참고만 내 행동이 그런 일들을 만들어 냈는지도 모른다. 요즘 흔히들 말하는 가스라이팅일지도. 그래서 고소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며,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하는 일이며,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3. 정리. 

  문득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이 든다. 내가 이렇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에는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과 연대와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임을. 조금 더 괜찮은 세상을 위해 헌혈을 해왔던 누군가의 삶, 헌혈을 하면서도 괜찮은 피를 나눠주고 싶어서 술도 안 마시고 기름진 것도 먹지 않으며,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면서 헌혈을 했던 사람들. 나를 향한 욕을 마치 감탄사인 것처럼 내뱉어도 그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세상은 조금 더 괜찮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믿는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세상이 조금 더 나은 쪽으로 바뀌고 있다면, 분명 당신의 어떤 행동 때문일 것입니다. 당신의 어떤 행동이, 어떤 모습이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꾸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연결은 나와 닮은 사람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일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어떤 모습과 닮아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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