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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바라기 Nov 06. 2023

책들의 시간 58. 귀여움을 뚫고 나온 친구들

# 수의사가 바라본 동물 캐릭터의 세계_황정삼 지음_궁리

  일이 많다. 일이 많은 요즘이다. 이럴 땐 웃음 나는 가벼운 책이 좋다. 귀여운 것들로 가득 찬 책이라면 더 좋고. 그런 마음으로 고른 책. 책의 표지에 귀여운 동물들이 그려져 있었고, 제목마저 귀여움을 뚫고 나온 친구들이라니, 얼마나 귀여운 것들이 많을까, 그런 마음으로 읽은 책이다. 막상 읽고 보니, 소재가 재밌다. 브런치 작가님이 쓴 책이면서, 동물 캐릭터들을 수의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책이다. 그래서 동물들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도  있었고, 늘 의문이었던 동물의 정체성에 대하여도 알게 된 책이다.      


1. 고양이를 만나는 순간.


 나는 20년 가까이 여러 동물과 함께 자랐다. 아주 어렸을 때 외할머니댁에서 지내던 내 곁에는 아키타견이 있었다. 기억에는 없지만 부모님 말씀에 따르면 내가 아키타견을 쫓아내고 그 친구의 집에 들어가 숨은 적도 있다고 했다. 그 친구는 자신을 쫓아낸 어린아이에게 어떠한 해코지도 하지 않을 정도로 순했다고 한다. 경북 경산에서 살던 초등학교 시절에는 토끼와 사슴벌레 등을 키웠고, 대구로 이사를 한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금붕어, 버들치, 가재 등을 어항에서 기르기도 했다. 그리고 외할머니댁 텃밭에서 상추를 쪼아 먹던 잉꼬 한 마리를 우리 집으로 데려와서는 8년 정도를 함께했다. 또 다른 잉꼬 한 마리는 아파트 단지의 화단에서 데려왔다.(147쪽)


  산책을 하다 보면,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이른 출근길을 나서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침, 저녁으로 반려동물들과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도 참 많이 보게 된다. 그런 풍경을 만날 때면 살짝의 부러움이 들고, 반려동물들이 사람과 어울리는 그 모습의 따뜻함에 미소가 지어지긴 하지만 나는 여전히 선뜻 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지 못한다.

  어렸을 때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다. 하지만 강아지는 우리 집에서 오래 살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이 말하기로는 집안에 ‘호랑이띠’ 사람이 있으면 강아지가 무서워 오래 못 산다고 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뭐 그런 비합리적인 말이 있나 싶으면서도 왠지 세상이 합리적인 일들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에, 또 그런 것은 아닐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에 고개가 끄덕여지곤 한다.

  “우리 엄마가 ‘호랑이띠’여서 우리는 강아지를 키울 수 없어.” 그렇게 오랜 시간을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 하나를 건사하는 것도 힘든데, 여리디 여린 생명을 내가 감당할 수 없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책길에 강아지를 만날 때면, 만지지는 못해도 마냥 귀엽고 좋아서 쳐다는 본다. 그리고 길냥이를 만날 때면 서로 경직이 되어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가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서로의 길을 간다.

  요새는 ‘하루 한 번 고양이’를 만나는 걸 고대하면서 산책을 한다. 왠지 이 지구에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걸 잊고 살다가 길냥이를 만나면, 서로의 영역을 건들지 않고 살아가는 다른 종들의 모습 같아서 나는 나대로,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그렇게 길을 가는 것이 그냥, 마냥 좋다.


2. 너의 정체는 뭐니?


  카카오톡을 대표하는 여러 캐릭터는 이야기가 있다. 갈기가 없는 사자 ‘라이언’은 그 일화들로 워낙 유명하다. 곰인 줄 알았는데, 사자라니, 그 놀라운 발상이 참 좋다. 그리고 라이언의 고양이 춘식이도 사람들이 참 좋아한다. 나는 라이언이 더 좋긴 하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동물을 캐릭터로 만든 경우가 많다. 그중 ‘오구’는 오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하얀 병아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오구는 ‘오리너구리’였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포켓몬스터의 ‘고라파덕’이 오리인 줄 알았다가 오리너구리인 줄 알고 울었다는 아이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오구’가 참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리너구리가 포유류인 것도 처음 알게 되었으며, 그 습성도 알게 되었다. 재미있었다.

  카카오톡의 캐릭터들을 보면, 그 정체가 참으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내가 참 좋아하는 분이 어느 날 카카오톡의 ‘죠르디’를 아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그 녹색 애벌레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그게 애벌레냐고 하시며, 아들이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생겼다고, 당신은 싫으시다고 말씀하셨다. 근데, 나중에 ‘죠르디’가 빙하에 갇혀 있다가 깨어난 공룡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죠르디의 뿔 같은 것이 버섯이라는 것도. 그 상상력이 놀라워 웃음도 나고 재미도 있으면서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각각의 캐릭터가 하나의 서사가 있음이 참 좋았다.      


3. 정리

  ‘귀여움을 뚫고 나온 친구들’의 부제는 ‘수의사가 바라본 동물 캐릭터의 세계’이다. 읽으면서 단순히 동물 캐릭터가 그 외양적 모습만을 본떠서 만들어지지 않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의사의 관점에서 캐릭터의 습성을 분석하고 이야기한 책이지만, 읽으면서 캐릭터를 만든 사람들도 정말 많은 공부와 분석을 통해 이렇게 캐릭터를 만들었음이 상상되었다.

  반려동물들이 사람의 곁으로 많이 다가온 세상이다. 그와 함께 동물들에 대하여 알아야 할 것들도 많아졌다. 언젠가 강아지를 키우는 선생님께서 산책 나온 강아지와 보호자를 보면서 강아지가 힘들어하는데 보호자가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이 사랑하면 알게 된다는 말이었다. 우리가 반려 동물과 함께 살아갈 때 동물에 대하여, 알고자 노력하는 것, 공부의 필요성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함께 살고 있는 반려 동물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2) 좋아하는 동물 캐릭터가 있습니까? 무슨 동물을 캐릭터화한 것이며, 좋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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