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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 있는 아줌마 Nov 24. 2022

내가 남편에게 화가 나는 이유  -원색적인 드립

좀 진솔해지고 싶다.

표면적으로 남편과 크게 싸운 적은 많이 없지만,

때때로 농담도 주고 받으며 즐거운 대화를 하기도 하지만,

아빠로서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부분이 고맙지만,

난 마음 한켠에 남편에 대한 미움을 갖고 있다.

왜 미운지, 왜 화가나는지 찬찬히 생각을 해보고자 한다.


1. 남편의 일이 바쁜 것은 알겠다. 남자로서 한창 사회생활을 할 나이이고,

자신의 일을 좋아하며  열정적으로 매진하여 돈벌이를 하고 자아실현 하는 것을 이해하고 존중한다.

그런데 한쪽에만 치우쳐져 워라밸에서 개인의 삶은 어디다가 갖다 두었는지 모르겠다...

뭐든,,, 너만 일하냐? 나도 일한다! 이런 생각이 종종 든다.....

또한 나 혼자 애 낳았냐?라는 구슬픈 생각도 든다......

나는 일도 하고, 아이들 양육도 내가 도맡고, 집안일도 내가 다하는게 억울하다.

남편은 나를 억울하게 만들고, 나에게 독박육아라는 타이틀을 쥐어주며 육체적으로 힘들게 만드는

악인으로 느껴진다.


2. 내 성향 탓도 있긴 하다. 부모님께 더 도움을 요청하면  내가  심리적, 신체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으나 나는 내가 할 수 있는만큼

내 일은 내 손으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

좀 더 여유를 갖는 것이  마음만 먹으면 될 수 있는 환경인데, 남편은 내가 적당히 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고 하면서 그건 내 성격 때문인거고, 그로 인해 육아가 더 힘들어 지는 거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제 역할을 하는 나의 모습을 내 개인적인 성향 탓으로 돌리고, '좀 적당히 하면

 되지 않겠어?' 라고 하는 건방진 모습 때문에 미워진다. 아니, 그리고 적당히 해도 힘들다니까는?


3. 왜 내눈에만 다정한 남편들이 주변에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 남자들은 일도 하고, 가족의 삶도 중요시해서 집안일도 잘 돕고,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하는 것 

같은데 왜 우리 남편은 그런 사람이 못되는 걸까.

내 눈에 보인 다른 남자들과 남편을 비교하니까 밖으로만 나도는 우리 집 찐 바깥양반이 미워진다.


4. 늘 자신이 더 힘들다고 선수친다.

내가 힘들다고 하면,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위로해주거나 고생한다고 표현 해주지 않는다.

나는 남편으로부터  나를 한 인간으로서 내 존재에 대한, 역할에 대한, 인정하는 말을 잘 듣지 못한다.

 내 표정이 안좋고, 아이들을 대하는 내 태도가 거칠어지면 이상함을 감지하고 나를 토닥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말을 걸지 않고, 내 기분을 물어봐주지 않는 무관심한 방법을 택하여 나를 더 오기파게

만든다.

날 감정적으로 다독여주지 않을 뿐더러,  내 이야기를 귀담아주거나 그에 맞는 호응도 없다.

'자네, 수고가 많네. 당신은 정말 대단해.' 이런 오글멘트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말이 쑥쓰럽다면

 손꾸락이 있으니 카톡으로라도 보낼 수 있지 않는가?


5.  아이들을 돌보면서 생기는 여러가지 일들, 아이들의 성향이야기,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아이들 교우관계는 어떻고, 아이 친구 엄마를 만나서 나눈 이야기, 아이들 교육 방향에 대한 이야기 등

아이들 육아에 대한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때 그때 일어난 일을 내 감정선 그대로 잊지 않고,

바로 이야기 하고 싶은데,  늘 피곤해서 집에 돌아오니

이야기 하자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여유가 생겨 말 할 기회가 생겨도 시큰둥한 반응과 표정을 보면 내 입을 닫고 싶고,  내가 말하는

포인트와 다른 이야기를 쌩뚱맞게 하면 저 입을 닫고 싶어진다.

 즉, 소통이 안된다.

 또한 엄마로서 느끼는 육아 고민, 아이 친구 엄마와의 일들, 내가 느끼는 감정 등을 이야기하면

 "왜 그렇게 과민반응이야~.?라는 말과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인다.

그럼 이 모든 일을 직접 겪고 있는 나의 일, 나의 감정, 내 생각은 뭐라는 건가?

당신은 그럼 아이가 낀 그 상황에서 그렇게 이성적일 수 있는가? 반감이 든다. 그래, 너 잘났다.


6. 서로 다른 사람끼리 만났으니 각자의 다른 점을 가지고 한탄스러워 하는 시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남편의 이기심이다.

안 맞는 점이야 셀 수도 없지만, 남편의 이기심이 나에게 피해주를 주는 것 같이 느껴져서 화가난다.

내가 옆에서 힘들어하든 말든 본인 일만 신경쓰는 것 같이 느껴지기에 속상하다.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시키는지, 먼저 물어보고 제안한 적이 한 번도 없고,

내가 알아서 하니 익숙하듯 모든 일이 내 일이 되었다.

집안 행사, 아이들 교육 및 스케줄짜기, 집안 일 등등 다 넘치는 내 일이다.

정말 기억에 남는 남편의 말이 있다.

"내가 저녁 먹으러 오면 차리기 힘드니까 아이들만 간단히 챙기고, 나는 저녁 나가서 먹을게."

으잉...  아니 나는 지금 이천년대 민주주의 시대를 사는 게 아니라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살고 있는가....?

똑같이 일하고 아이를 키우는 데  왜왜왜 내가 저녁을 차리는 게 당연한 것이지?

왜왜왜 저녁을 안 먹고, 일을 더 하고 오겠다는 이유가 내 수고스러움을 덜어준다는 생색인 것이지?

왜왜왜 뭐때문에 남편은 정녕 내가 저녁을 챙겨먹든 말든 안위에 없고, 아이들 챙겨주고, 밥차리는 것에

자신이 할 역할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환멸감이 스르륵 올라온다.

  

7.  남편에게는 낭만이나 츤데레가 없다.

서로 사이가 안좋고,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어느 한 순간에 관계에 생기가 있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우리 땡땡이 아이들에게 멋진 일이 일어나거나 서로의 일에 좋은 일이 생겼을 때도 있지만,

서프라이즈 선물이나 서프라이즈 갬동적인 말이라던가 혹은 깜짝 데이트라던가 이렇게 우리의 무드를

리프레쉬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나.

그런 일이 십년 동안 없었다....................


8.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듣는다.

     우리는 각자 그 모양에서 변하지 않는다.

똑같은 래퍼토리, 삶의 모습 들이 지치기도 하지만 무뎌지게도 만든다.

가 육아나 일로 힘들 때면 그 화살이 남편을 향하고,

평상시 버틸 만 하면 남편은 내 안중에 없게 된다.

이렇게 해달라. 좀 도와달라. 해도 허공에 흩뿌려지거나

좀 변한듯 하다가도 생긴 모양대로 각자 회귀하여 우리는 또 그 자리에서 삶을 이어나간다.


뭐 얼마나 부부가 사이가 좋겠냐. 가정적인 남자 별로 없다, 집안에서는 어떤 모습인지 모르지 않냐.

남자 다 똑같지 않냐. 남자 여자가 얼마나 대화가 통하겠냐. 주말부부 되려면 덕을 쌓아야 된다는 말을

모르냐.

아이 낳고 나면 부부사이 다 똑같지 않냐. 남자는 원래 다 이기적인 거 모르냐.  

남자가 얼마나 여자마음을 알겠냐.


이런 말들은 위로가 되었다가, 한번 씩 켜켜이 쌓아두었던 남편에 대한 화가 터져나오면 불덩이가

쑤욱 올라온다. 그렇게 밉다가, 놓았다가, 놓지 못한 채 비난했다가,

왜 이사람을 선택했는지 후회했다가, 지랄 발광이다. 증말.

아이고, 이사람아.

생각해보니, 우리 남편도 나에게 화가 나는 이유를 이렇게 숫자까지 대면서 말할 것을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진다. 각자 입장이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올라오는 그 마음을 정확히 파헤치고 알아야지 정리가 될 것 같아서 과감하게 글로 써보았다. 암쏘쏘리 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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