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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 있는 아줌마 Nov 24. 2022

귀찮은 인간관계

귀찮다라고 표현하기에는 좀 어폐가 있다.

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 들어 사람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함이 느껴진다.

또한 '이 세상에 날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위해주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아득한 생각이 든다.

내 진짜 모습을 자연스럽게 노출해도 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까.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줘도 이 관계가 지속될까.

내가 인간적인 호감이 들어 다가가도 내 마음을 귀히 여기고 받아줄까.

내 마음안에는 순수가 많이 남아있을까.

내 마음을 내다보고, 감정을 살펴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회복이 많이 됐을까.

사람들에게 나는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비춰질까.


인간관계에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휘감으면 타인과의 관계맺기가 귀찮아진다.

어찌보면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 마음이 쓰이는 일이 있다.

우연이 겹치는 일이었는지 사람들이 소곤거리는 게 나의 안좋은 점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거북스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곧이어 이성적으로 되뇌인다.

온 우주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유아적인 생각을 멈추자....

이 생각 또한 자기중심적인 유치뽕짝이니 침착하자..... 

상대방이 갑자기 나를 대하는 태도가 차가워진 것 같으면 마음에 그늘이 진다.

이 또한 상대방의 감정일 뿐이니 나와 엮지 말자..........

상대방의 감정은 상대방의 것이니 나에게 묻지 않도록 처신을 잘 하자........

이성적으로 생각하려해도 이 노력 또한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

내 마음이 편치 않아서 더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사랑을 하고 받고 있는 땡땡씨와 이야기 나누면 어투는 굴곡이 있을지언정 늘 생기있어 

보이고 사악한 기운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감정 보호막을 두르고 있는 것 같다.

땡땡씨를 보면 인간관계에서 느끼고 있는 이 거북스러움이 내 마음의 문제라고 느껴진다.

MBTI에서 공식적으로 E형을 선고받은 나는 외향성으로 정신에너지가 외부세계로 뻗어있고,

혼자있는 것보다 사람을 만남으로써 에너지를 채우는 경향이 있다.

그건 맞는데 요즘 누군가 만났을 때 즐겁지 않고, 내뱉는 말이 신경쓰이고 내 태도가 뒤늦게 

후회스러운 경우도 있어서 그 만남들이 새롭거나 편안하지도 않고, 지친다.

아마 타지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가끔씩 학부모 아줌마들을 만났을 때 이런 감정이 더 드는 것은

확실하나 몇 해 인연을 맺어 온 아파트 언니나 동료도 같은 느낌이 들며 익숙한 사람이 갑자기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기운이 빠진것이다.

내 마음이 메말라있어 누군가와 소통 할 에너지가 바닥을 보이고, 상대에게 내어줄 게 없어

초라한 나의 빈 마음이 겸연쩍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설렘도 줄고, 들뜸이 사라졌다.

이츠 마이 턴, 마이 타임인 것이다.

나를 성수로 채울 시간말이다.

따박스에서 기분따라 돌체라떼나 아메리카노에 티라미수 아님 아메리카노에 플레인 베이글을

우걱우걱하며 제목따라 작가따라 고른 소설책을 허리에 무리가지 않는 선에서 다리를 꼬아가며

읽어봐야겠다.

천천히 내 시간을 갖고, 나의 마음을 반짝이게 광을 내보면서 귀한 인연을 보배로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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