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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의 불안한 마음'을 타겟팅하자

진짜 타겟은 사람이 아니라 '순간'이다

by 김석민

30대 여성이 아니라 '새벽 2시의 불안한 마음'을 타겟하라

누군가 당신에게 식당 하나를 추천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당신은 묻는다. "누구랑 가세요?" "어떤 분위기 원하세요?" "비 오는 날이세요, 맑은 날이세요?"

정작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몇 살이고, 직업이 뭔지가 아니다. 그날 그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 누구와 있는지, 뭘 기대하고 있는지. 거기서 모든 추천이 달라진다.

그런데도 우리는 홈페이지를 만들 땐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다. 타겟 연령, 소득 수준, 성비, 기기 사용률. 그럴듯해 보이는 숫자들을 기준 삼아 페이지를 구성하고, 버튼을 배치하고, 콘텐츠를 짠다.

하지만 어느새 우리는 중요한 질문 하나를 놓치고 있다.


"그들은 왜 여기 왔을까?"


클라이언트가 가장 많이 하는 말 : 우리 타겟은 2030여성이에요.


홈페이지 기획 미팅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우리는 2030 여성 직장인을 타겟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다음은 익숙한 숫자들이 따라온다. 소득은 연 4천만원 이상, 인스타그램 하루 2시간 사용, 온라인 쇼핑 월 20만원 지출, 카페 주 3회 방문.

그럴듯하다. 하지만 이상하다. 이토록 분명히 정의한 타겟인데도, 정작 홈페이지는 늘 사용자를 놓친다. 유입은 있는데 전환은 낮고, 체류시간은 짧고, 이탈률은 높다.

문제는 타겟이 '정의'되었다는 그 지점에 있다. 우리는 타겟을 너무 일찍 정의한다. 그리고 너무 쉽게 확신한다. 타겟을 정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실제 사례: 작년에 참여한 뷰티 브랜드 프로젝트에서 클라이언트는 "2030 직장 여성"을 타겟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 인터뷰를 해보니 같은 27세 여성이라도 오전 9시에 접속하는 사람과 밤 11시에 접속하는 사람의 니즈가 완전히 달랐다. 전자는 '빠른 정보 확인'을, 후자는 '꼼꼼한 제품 비교'를 원했다.


타겟은 스펙이 아니라, 맥락이다


같은 30대 여성이라도, 월요일 아침에 브랜드를 찾는 사람과 토요일 밤에 찾는 사람은 완전히 다르다. 같은 사람이더라도, 퇴근 직후에 짜증이 난 상태와 카페에서 여유 있게 브라우징하는 상태는 전혀 다르다.

우리가 말하는 '타겟'은 그 사람의 고정된 스펙이지, 그들이 처한 맥락은 포함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언제, 왜 여기에 왔느냐다.

누군가가 방문한 이유

그들이 빠르게 찾고 싶은 것

그들이 피하고 싶은 정보

그들이 클릭을 주저하는 순간


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타겟을 백 번 정의해도 소용없다.

실제로 잘 되는 홈페이지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사용자가 페이지에 들어오는 순간 "아, 여기 내가 찾던 곳이구나"라는 안도감을 준다는 것이다.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공감의 문제다.


감정이 먼저, 이성은 나중이다


대부분의 홈페이지 기획은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기능을 알기 쉽게 배치하면 해결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용자는 정보를 '이해'하기 전에,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스크롤을 내리기 전에, "나랑 상관 있는가?"를 0.1초 만에 판단한다.

눈에 보이는 건 이미지와 문장이고, 마음에 남는 건 신뢰와 태도다. 그래서 UI보다 중요한 건 UX고, 기능보다 중요한 건 태도다.

사용자를 응대하는 방식, 말을 거는 어조, 단락의 길이, 심지어 문장 끝의 마침표 하나까지도 브랜드의 태도가 된다.

A/B 테스트 사례: 한 펫케어 서비스에서 메인 카피를 테스트했다.

A안: "반려동물 건강관리 솔루션" (전환율 2.3%)

B안: "우리 아이가 아플 때, 가장 먼저 찾고 싶은 곳" (전환율 4.7%)

정보는 A안이 더 정확했지만, 감정적 공감은 B안이 압도적이었다.



타겟팅의 진짜 목적은 '제외'가 아니라 '공감'이다


타겟 설정은 종종 '우리의 고객은 이렇다'라는 선언처럼 사용된다. 하지만 그것은 전략이 아니라 배제다.

좋은 타겟팅은 사람들을 걸러내는 게 아니라, 한 사람에게 정말 깊게 다가가기 위한 집중의 기술이다. 타겟 설정의 핵심은 정밀함이 아니라 공감이다.

공감이 있는 구조는 의외로 넓다. 정말로 한 사람의 마음을 읽은 페이지는, 그와 비슷한 수많은 사람에게도 닿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쁜 직장맘을 위한" 서비스라고 할 때, 진짜 중요한 건 '직장맘'이라는 라벨이 아니라 "시간이 없는데 완벽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 마음은 직장맘뿐만 아니라 1인 가구, 대학생, 프리랜서에게도 있을 수 있다.

깊이 있는 공감 하나가 넓은 타겟팅보다 훨씬 강력하다.



진짜 타겟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타겟으로 해야 할까? 사람이 아니라 상황을 타겟으로 해야 한다.

"새벽 2시에 급하게 정보를 찾는 상황"

"동료들 앞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꼼꼼히 확인하는 상황"

"가족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은 상황"

"첫 구매라서 불안하지만 기대도 되는 상황"


상황을 타겟으로 하면, 홈페이지의 모든 요소가 달라진다. 메인 비주얼부터 버튼의 위치, 문구의 톤까지 모든 것이 그 상황에 맞춰 설계된다.

급한 사람에게는 핵심 정보를 위에, 신중한 사람에게는 비교할 수 있는 상세 정보를, 불안한 사람에게는 안전함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배치하게 된다.


실무 적용 예시 : 법무법인 홈페이지에서 "긴급 상담"과 "일반 상담" 두 가지 상황을 나누어 설계했다. 긴급 상황의 사용자에게는 전화번호를 상단에 크게 배치하고, 일반 상담 사용자에게는 변호사 프로필과 사례를 자세히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두 그룹 모두에서 문의율이 30% 증가했다.


실무에서는 어떻게 적용할까


1. 기획 단계: 페르소나 대신 시나리오를

페르소나를 만들 때 "30대 중반, 대기업 과장, 연봉 6천만원"이 아니라 "승진 발표를 앞두고 밤잠을 설치고 있는 상황"에 집중해보자.

구체적 방법:

"왜 이 시간에 우리 사이트에 왔을까?" 질문하기

사용자의 감정적 여정을 단계별로 맵핑하기

각 단계별 핵심 감정과 니즈 파악하기


2. 콘텐츠 작성: 정보보다 공감을

정보를 나열하기보다는 공감과 신뢰를 우선하자.

실무 체크리스트:

첫 문장에서 사용자의 현재 상황 인정하기

"이 문장이 그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줄까?" 끊임없이 점검하기

브랜드가 아닌 사용자 관점에서 문구 작성하기


3. 검증 단계: 숫자보다 마음을

A/B 테스트의 수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정성적 피드백이다.

검증 방법:

실제 사용자 인터뷰로 맥락 이해하기

사용자의 감정적 반응과 순간적 판단 파악하기

클릭하지 않은 이유, 이탈한 지점의 감정적 배경 분석하기



17년 경험으로 얻은 3가지 핵심 인사이트


1. 완벽한 타겟은 없다, 완벽한 순간만 있을 뿐

사용자는 매번 다른 상태로 우리 페이지에 온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2. 데이터는 '무엇'을 말하지만, 감정은 '왜'를 말한다

GA4가 보여주는 수치 뒤에는 항상 사람의 마음이 있다. 수치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왜'를 찾아야 한다.


3. 좋은 홈페이지는 거울이 아니라 창문이다

사용자에게 우리가 누구인지 보여주는 것(거울)이 아니라, 사용자 자신의 미래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창문)이 진짜 좋은 홈페이지다.


당신의 홈페이지는, 지금 누구의 얼굴을 보고 있는가


타겟을 숫자로 외운 채, 그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 않은가. 그 사람이 어떤 문제로 페이지를 켜는지, 어떤 기분으로 첫 화면을 스크롤하는지, 무언가를 찾다가 어떤 단어에서 실망하는지.

그 모든 감정의 궤적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타겟을 만든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관념을 디자인한 것에 불과하다.

홈페이지를 만들기 전에, 한 번만 진짜로 물어보자.

"이 페이지는 누구를 위한 무대인가?"

그리고 그 대답이 "우리가 정의한 타겟"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온 이유가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

진짜 타겟은 데이터가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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