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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저작권, 디자이너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

AI 시대에 책임 있는 디자인 실천을 위한 4가지 지침

by 김석민

AI는 이제 실험이 아니라 일상이다. Midjourney로 비주얼을 뽑고, ChatGPT로 문장을 정리하며, Figma AI가 추천한 구조로 레이아웃을 설계한다. 툴은 빠르고 똑똑하며, 결과물은 점점 더 정제된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에는 새로운 책임이 따른다. 이건 정말 내가 만든 것일까?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진 않았을까?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내가 불법을 저지른 건가요?"

디자이너가 처음으로 마주하는 질문이다. AI 툴로 생성한 이미지와 문구는 과연 법적으로 안전할까?

현재 상황: 저작권법은 아직 발전하는 중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없는 순수 AI 생성물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여전히 사례별로 결정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도 각각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어 국가별로 상황이 다르다.

실제 의미: AI가 100% 생성한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지만, 인간이 의미 있는 창작적 개입을 했다면 보호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여전히 회색지대가 존재한다.

현실적 대응: 완전한 법적 확실성을 기대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AI 툴 회사들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어 점차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2. "이건 내가 한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핵심은 '창작적 개입'이다. 법원과 저작권 기관들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한다:

프롬프트 설계: 단순한 키워드가 아닌, 구체적이고 창의적인 지시사항

선택과 편집: 여러 결과물 중 의도에 맞는 선택과 후속 편집 작업

맥락 구성: 전체 프로젝트에서의 위치와 의미 부여

조합과 재구성: 여러 요소를 조합하여 새로운 의미 창출


성공 사례: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미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면서도 명확한 창작권을 인정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시작점'을 제공하면, 인간이 '완성'까지 이끌어가는 것이다.


3. "AI가 어디서 배운 건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현재 진행 상황: 실제로 Getty Images vs. Stability AI, 작가들 vs. OpenAI 등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AI 회사들은 '공정 이용(Fair Use)' 원칙 하에 학습 데이터를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의 변화:

Adobe는 자체 데이터셋으로 학습한 Firefly 출시

Shutterstock은 AI 생성 이미지에 대한 보상 체계 구축

일부 툴들은 '상업적 사용 안전' 옵션 제공


실무적 접근:

중요한 상업 프로젝트에서는 여러 툴의 결과를 교차 검증

특정 작가나 브랜드의 스타일을 의도적으로 모방하는 프롬프트 지양

클라이언트와 AI 사용에 대한 사전 협의


4. "우리는 윤리적으로 괜찮은가?"

AI는 도구일 뿐, 윤리적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도한 부담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용적 윤리 체크리스트:

이 결과물이 특정 집단을 차별하거나 편견을 강화하지 않는가?

클라이언트와 최종 사용자에게 솔직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내 전문성과 판단력이 충분히 반영되었는가?

기존 작업자들의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가?

대부분의 경우, 상식적인 선에서 이런 질문들에 답할 수 있다면 윤리적으로 문제없는 작업이다.


5. 나를 지키는 디자이너의 실무 가이드

문서화와 투명성

프로젝트 폴더에 'AI 사용 이력' 문서 포함

사용한 툴명, 프롬프트 내용, 편집 과정 간단히 기록

클라이언트에게 AI 활용 여부와 범위 사전 공지


창작적 기여도 확보

AI 결과물을 '소재'로 활용하되, 최종 결과물에는 명확한 편집과 조합 작업 포함

브랜드 가이드라인, 타겟 분석, 전략적 방향성 등 AI가 할 수 없는 영역에 집중

여러 AI 툴의 결과를 조합하거나, 전통적 디자인 기법과 혼합


위험 관리

중요한 상업 프로젝트일수록 유료 툴 사용

특정 브랜드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결과물 주의

최종 검수 단계에서 구글 역방향 이미지 검색 활용


지속적 학습

각 툴의 이용약관과 라이선스 정책 정기 확인

업계 동향과 법적 변화 팔로우

동료 디자이너들과 사례 공유


6. 툴별 상업 이용 가이드 (2025년 7월 기준)

이미지 생성

Midjourney: 유료 구독자는 상업 이용 가능 (단, 연매출 $1M 이상 기업은 별도 라이선스 필요)

DALL-E 3: ChatGPT Plus 구독자는 제한적 상업 이용 가능

Adobe Firefly: Creative Cloud 구독자는 상업 이용 가능하며, 안전한 학습 데이터 사용 표방

Stable Diffusion: 오픈소스로 상업 이용 가능하나, 학습 데이터 관련 리스크 존재


텍스트 생성

ChatGPT: Plus/Pro 구독자는 생성 콘텐츠의 상업 이용 가능

Claude: Pro 구독자는 상업 이용 가능

Gemini: 구글 계정으로 상업 이용 가능하나, 대용량 사용 시 별도 정책 적용


주의사항: 이런 정책들은 수시로 변경되므로, 중요한 프로젝트 시작 전에는 반드시 최신 약관을 확인해야 한다.


7. 성공적인 AI 활용 사례들

브랜딩 프로젝트: AI로 다양한 컨셉 스케치를 빠르게 생성한 후, 클라이언트와 방향성을 논의하고 최종안을 수작업으로 완성

웹사이트 디자인: AI가 제안한 레이아웃을 기반으로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세부 조정과 인터랙션 설계 추가

마케팅 콘텐츠: AI로 초안을 작성한 후, 브랜드 톤앤매너와 타겟 특성을 반영한 편집으로 완성도 높임

패키지 디자인: AI로 패턴과 일러스트 요소를 생성한 후, 제품 특성과 시장 환경을 고려한 전체 구성 설계


변화에 적응하는 디자이너

AI 시대의 디자이너는 결과물만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기술을 이해하고, 윤리적 판단을 내리며, 새로운 창작 방식을 개척하는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기술을 외면하거나, 반대로 기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잡힌 활용이다. AI는 강력한 도구지만, 여전히 도구일 뿐이다.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법과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이지만, 디자이너의 본질적 가치 - 문제 해결, 사용자 이해, 미적 감각, 전략적 사고 - 는 여전히 유효하다. AI는 이런 능력을 더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핵심은 지속적인 학습과 적응이다. 새로운 툴을 익히고, 변화하는 법규를 따라가며, 동료들과 경험을 나누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지켜나가는 것이다.

AI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우리가 그 안에서 어떤 디자이너가 될지 선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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