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도 나름 열심히 살았다
2025년 초, 몇 가지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대충 살고 싶지는 않은 의지를 조금 담았던 것 같다. 육아, 건강, 글쓰기, 영어공부, 돈 벌기, 그리고 집안일.
그리고 연말을 맞아 어느 정도 이뤘는지를 돌아보고 있다.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다. 예상한 결과도, 전혀 예상 못 한 결과도 있다.
첫째, 육아 (달성률 70%)
2025년의 최우선 목표는 아이들의 교육이었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나도 경험이 없고 걱정이 많았다. 1, 2월에는 정말 열심히 했다. 그동안 모아둔 정보를 총동원해 연산, 사고력, 도형, 교과 수학까지 한꺼번에 아이들 앞에 펼쳐 놓았다. 시키고, 혼내고, 애원도 했다. 무리한 공부를 하며 모녀 관계는 점점 어긋났다. 나는 자꾸 언성이 높아졌고, 아이들의 부족한 면만 보였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걸 깨닫자마자 모든 공부를 내려놓았다. 그날을 기점으로 아이들은 복습만 하기로 했다. 선생님께서 잘 알려주실 거다. 그 뒤에도 모르는 것만, 아이들이 원하면 알려주기로 했다. 그러자 다시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보였다. ‘진짜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불안해하던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껏 뛰어논다. 계획에 없었지만, 실패를 해보고서야 얻게 된 결과였다.
집에서 공부를 함께 해본 덕분에 아이들이 새로운 지식을 대하는 태도를 가까이서 본 건 분명한 수확이다. 다만 전문가에게 맡겼다면 덜 싸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당분간은 더 공부와는 멀어지겠지만, 이 질문은 아마 앞으로도 종종 꺼내 들게 될 것 같다.
책 육아. 매일 아이들이 고른 책 한 권씩 읽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솔직히 자주 못 했다. 동화책 한 권 읽다 보면 30분은 훌쩍 가고, 그러면 내가 먼저 지친다. 매일 읽어주지는 못했지만, 독서시간은 자리 잡았다. 저녁 8시가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각자 책을 펼쳤다.
큰아이는 책을 휘리릭 넘기면서 대충 보고, 둘째 아이는 세 살부터 보던 그림책만 읽고 또 읽어서 걱정이었지만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다행히 1년여 시간이 지난 요즘, 큰아이는 일어나자마자 책을 읽는다. 둘째 아이는 좋아하는 책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둘째, 건강 (달성률 0%)
목표 체중만 정했고, 달성하지 못했다.
애초에 목표부터 무리였고 방향도 잘못 잡았다. 체중 말고 건강을 기준으로 계획했어야 했다. 뭘 먹을지, 언제 먹을지, 그리고 조금이라도 운동하는 목표를 잡았어야 했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셋째, 글쓰기 (달성률 20%)
공모전에 도전하고,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내겠다고 적었다. 공모전에는 한 번 응모했다. 마감 직전에 며칠 벼락치기로 글을 썼다. ‘그래도 아예 안 하진 않았다’라는 데에 의미를 두기로 한다. 꾸준히 쓰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쓰고 싶다는 마음까지 사라지진 않았다. 아직은 진행 중이다.
넷째, 영어공부 (달성률 20%)
꾸준히 하자고 적어두고, 잠깐 하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계획부터 너무 엉성했다. 그래도 4분기에 영어독서지도사 자격증 준비를 하며 영어를 조금은 들여다봤다. 그러면서 다음 영어공부의 방향을 잡았다. 발음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역시 뭔가를 해 봐야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계획이나 방향이 잡히는 것 같다.
다섯째, 돈 벌기 (달성률 5%)
이건 설명이 간단하다. 일을 안 했고, 그래서 돈을 못 벌었다. 벌 수 있었는데도 열심히 하지 않았다. 아직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이건 내년의 나에게 맡기기로 한다.
여섯째, 집안일(?) (달성률 90%)
올해 집안일 목표는 ‘잘하자’가 아니라 ‘대충하자’였다. 열심히 할수록 티는 안 나고 몸만 지친다는 걸 몇 년째 살아보며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딱 해야 할 것만 했다. 하루 한 번 보이는 곳만 청소기를 돌린다. 지저분한 짐들은 창고에 대충 쌓아둔다. 몇 가지 안 되는 국과 밑반찬을 돌아가며 직접 요리한다. 역시 대충 살았는데, 별일은 없었다. 이건 꽤 성공적인 계획과 실천이므로 내년에도 유지할 생각이다.
이렇게 적어보니 2026년이 어렴풋이 보인다.
계획은 실천할 수 있게 작게 쪼개기, 또 도전하기.
달성률 100%라는 욕심은 버리고, 올해보다 조금 더 나아가기.
아마 내년 연말에도 비슷한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이렇게 돌아보고 기록하고 있다는 건, 아직은 삶을 대충 살 생각은 없다는 증거니까.
수정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 이쯤에서 멈춘다. 이제는 우리 둘째 점심을 차려줄 시간이다.
“참치를 넣어서 볶음밥 해 먹으면 어때?”
메뉴를 주문하는 야무진 둘째를 위해, 부엌으로 가야 한다.
내년의 임지혜야, 너는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해질 거야.
물론 크고 작은 실패도 겪겠지만, 잘 헤쳐 나갈 거야.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