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은 짧고, 맥주는 길었다
김동식 작가의 강연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신청했다.
문제는, 그의 책을 한 권도 안 읽어봤다는 거다. 그래서 지인에게 추천을 받았다. 도서관에 갔더니 추천받은 책은 이미 대여 중이었다. 할 수 없이 작가의 다른 책 두 권을 집어 들었다.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문어》.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둘 중 어떤 걸 먼저 읽을까 고민하다가, 뒤표지에 정세랑 작가의 추천사가 눈에 들어왔다. ‘정세랑작가가 추천했으면 믿을 만하지.’ 그렇게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로 결정했다.
사랑 이야기겠거니 했다. 오랜만에 로맨스도 괜찮지, 싶었다. 그런데… 헐. ‘헐’ 말고는 다른 말이 안 나왔다. 이 작가, 뭐지? 짧은 글 하나를 읽고 곧바로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정독했다. 아, 이 사람! 지난 모임 때 회원들이 이야기하던 바로 그 작가, 김동식이었다. 일하면서 틈틈이 쓴 글을 인터넷에 꾸준히 올리다가 지금은 유명해진, 우리 또래의 작가.
이 사람, 진짜 상상력이 어마무시하다. 다음 장면을 예측하면, 매번 그 예측을 시원하게 깨부순다. 나는 하루 있었던 일을 일기로 쓰는 수준인데, 김동식 작가의 글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놀랍다. 부럽지도 않다. 어느 정도 다가설 수 있어야 부러울 텐데, 그 범위를 아득히 벗어나 있다.
상상력은 타고나는 걸까, 훈련으로 키울 수 있는 걸까.
잠깐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오늘은 일단 상상력 훈련 말고 맥주를 마시자. 주말 내내 걸어서 그런지 아직도 목이 마르다. 걸어도 너무 걸었다.
아이들의 체력은 상상 이상이다.
집순이에게 육아는, 언제나 실전이고 상상 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