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엄마가 써준 논문, 아빠가 만들어준 스펙

제6부. [교육/입시] 출발선이 다른 달리기

by Napolia

​25. 엄마가 써준 논문, 아빠가 만들어준 스펙


​입시철 대학가는 총성 없는 전쟁터다. 하지만 그 전쟁의 양상은 공정하지 않다. 총을 든 병사와 탱크를 탄 병사의 싸움이다.
​여기 두 명의 아이가 있다.
한 아이의 생활기록부는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시다. 고등학생이 대학 연구소에서 인턴을 하고, SCI급 국제 학술지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다. 해외 봉사 활동 내역은 빼곡하고, 각종 경시대회 상장은 스크랩북을 몇 권이나 채운다.
​질문해보자. 열여덟 살 고등학생이 미적분도 다 떼기 전에 난치병 치료에 관한 의학 논문을 쓰는 게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것은 아이의 능력이 아니다. 대학교수 친구를 둔 '아빠의 인맥'이자, 수천만 원짜리 컨설팅 업체를 고용한 '엄마의 정보력'이다. 아이는 그저 부모가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 그 논문의 내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이 아이는 부모의 돈과 욕망으로 정교하게 조립된 '입시용 사이보그'다. 껍데기는 학생이지만, 알맹이는 부모의 대리전 결과물인 셈이다.
​반면, 다른 한 아이가 있다. 흙수저, 아니 '맨손'인 아이다.
이 아이의 스펙은 초라하다. 교내 백일장 장려상, 개근상, 그리고 학생부 종합란에 적힌 담임 선생님의 상투적인 칭찬 몇 줄이 전부다.
그 아이가 밤새워 푼 문제집은 산처럼 쌓여 있고, 손가락에는 펜을 너무 오래 쥐어 생긴 굳은살이 훈장처럼 박혀 있다. 편의점 알바를 하며 바코드 찍는 틈틈이 손등에 영어 단어를 적어가며 외웠다.
​이 아이의 지식은 투박하지만 온전한 '자기 것'이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머리를 쥐어짜며 체득한 '진짜 실력'이다.
​결전의 날, 면접장.
교수들은 화려한 스펙을 가진 금수저 아이에게 관심을 보인다.
"고등학생이 이런 연구를 하다니 대단하군."
아이는 학원에서 수십 번 리허설한 모범 답안을 앵무새처럼 읊는다. 그 대답마저도 엄마가 고용한 전문가가 써준 스크립트다. 교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서류가 완벽하니까.
​맨손인 아이 차례가 왔다. 교수는 시큰둥하다. 볼 게 없으니까.
아이는 더듬거리지만 진심을 다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알바를 하며 느꼈던 사회의 모순, 늦은 밤 독서실에서 느꼈던 배움의 희열. 하지만 교수는 하품을 참으며 시계를 본다. 그 진심에는 '증빙 서류'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는 뻔하다.
엄마가 써준 논문과 아빠가 만들어준 스펙을 든 아이는 합격증을 거머쥔다.
맨몸으로 정직하게 땀 흘린 아이는 불합격 통보를 받는다.
​합격한 아이는 자신이 잘나서 된 줄 알 것이고, 떨어진 아이는 자신이 못나서 떨어진 줄 알 것이다. 이것이 가장 잔인한 부분이다. 시스템이 '가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진짜'에게 패배감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대학(大學). 큰 배움이 있는 곳이라 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은 배움의 전당이 아니라, 부모의 부와 권력이 자녀에게 세습되는 것을 합법적으로 인증해 주는 '세탁소'가 되어버렸다.
​부모들이여, 자식의 스펙을 위조하며 기뻐하지 마라.
당신들은 자식을 명문대에 보낸 것이 아니라, 자식을 '사기꾼'으로 데뷔시킨 것이다. 스스로 성취하는 기쁨을 거세당한 그 아이는, 평생 당신들이 만들어준 가짜 껍데기 속에서 질식해 갈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논문에는 참고문헌이 있었지만, 양심은 없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Created by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