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AI 면접관과 취준생의 연기

제6부. [교육/입시] 출발선이 다른 달리기

by Napolia

​27. AI 면접관과 취준생의 연기


​3평 남짓한 자취방, 한 청년이 양복 상의만 걸친 채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 (하의는 수면 바지다.)
방금 전까지 긴장을 풀기 위해 심호흡을 하던 그는, 화면에 '녹화 시작' 버튼이 뜨자마자 로봇처럼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그의 앞에는 사람이 없다. 카메라 렌즈뿐이다.
이른바 'AI 역량 검사'.
화면 속 AI 면접관은 감정 없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내린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청년은 대답한다. 학원에서 배운 모범 답안이다.
"조직의 목표를 위해 융통성 있게 대처하되..."
그는 내용을 말하면서 동시에 눈동자를 굴리지 않으려 애쓴다. AI가 동공의 흔들림, 목소리의 톤, 안면 근육의 미세한 떨림까지 분석하여 '신뢰도' 점수를 매기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대화를 하는 게 아니다. 기계의 알고리즘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연기'를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찌푸리거나 머뭇거리면 '감점'이다. 슬퍼도 웃어야 하고, 화가 나도 침착해야 한다. 인간의 복잡한 감정은 기계 앞에서는 '오류'나 '불안정'으로 분류된다.
​면접이 끝났다. 화면이 꺼지자 청년은 침대 위로 쓰러진다.
얼굴 근육이 경련을 일으킨다. 자괴감이 밀려온다.
"내가 지금 뭐 한 거지? 기계한테 잘 보이려고 생쇼를 했네."
​기업들은 말한다. AI 면접이 공정하다고. 학연, 지연을 배제하고 오직 데이터로만 평가한다고.
하지만 그 데이터가 평가하는 건 '진짜 사람'이 아니다. 기계가 좋아할 만한 표정과 말투를 훈련받은 '가짜 인격'이다.
​사람을 뽑는 자리에 사람이 없다.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권한을 기계에게 넘겨버린 세상.
취준생들은 스펙을 쌓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기계의 비위를 맞추는 연기력까지 갖춰야 한다.
​모니터 속의 나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모니터 밖의 나는 울고 싶었다.
합격 통보를 받는다면, 그건 나(진짜)가 합격한 것일까, 아니면 연기 잘한 내 AI용 자아(가짜)가 합격한 것일까.






​[작가의 한마디]

"사람을 뽑는다면서, 왜 기계처럼 웃으라고 강요합니까..."



* 이미지 출처 : Created by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