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부. [교육/입시] 출발선이 다른 달리기
화려한 조명의 강연장. 유명 패션 디자이너가 마이크를 잡고 열변을 토한다.
"여러분, 돈을 좇지 마세요. 꿈을 좇으세요. 저도 라면만 먹으며 바닥부터 기었습니다. 그 열정이 저를 만들었습니다."
청중석의 패션 학도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친다. 그들에게 저 디자이너는 신(神)이다.
강연이 끝나고, 디자이너는 선심 쓰듯 말한다.
"이번에 제 작업실에서 인턴을 몇 명 뽑습니다. 돈보다는 배움의 기회를 드리고 싶네요."
경쟁률은 수백 대 일. 뽑힌 인턴들은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한다.
하지만 막상 들어간 '꿈의 공장'은 '착취의 수용소'였다.
인턴의 하루는 청소로 시작해 커피 심부름으로 끝난다. 디자인은커녕 바늘 한번 잡아볼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하루 14시간을 서서 일하고, 원단 시장을 뛰어다니며 짐꾼 노릇을 한다.
월급날. 통장에 찍힌 돈은 30만 원. 교통비와 식비를 빼면 마이너스다.
항의하는 인턴에게 디자이너 실장은 혀를 찬다.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어. 여기는 학원이야. 돈 내고 배워야 할 판에 돈까지 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이게 다 너희 포트폴리오가 되는 거야."
이른바 '열정 페이'.
열정이라는 그 뜨겁고 순수한 단어를, 노동력을 공짜로 부려먹기 위한 구실로 악용한다.
"너 말고도 일할 애들 줄 섰어."
이 말은 그들이 휘두르는 가장 강력한 채찍이다.
퇴근길, 인턴은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다리가 퉁퉁 부어 신발이 들어가지 않는다.
TV에는 그 디자이너가 나와 "청년들이여, 도전하라"며 웃고 있다.
그의 성공 신화 뒤에는 수많은 청춘들의 공짜 노동이 갈려 들어가 있다. 그는 열정을 멘토링한 게 아니라, 열정을 착취하여 자신의 건물 벽돌을 쌓았다.
가짜 멘토는 꿈을 볼모로 잡고 인질극을 벌인다.
진짜 열정은 30만 원짜리 싸구려가 아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열정은, 그저 도둑질일 뿐이다.
"열정은 계산서에 포함되지 않는 무료 반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