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정규직 전환이라는 희망 고문

제6부. [교육/입시] 출발선이 다른 달리기

by Napolia

29. 정규직 전환이라는 희망 고문


​입사 첫날, 팀장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열심히 하면 2년 뒤에 정규직 전환될 거야. 우리 회사 전례가 많아."
​그 말은 비정규직 사원 김 씨에게 복음(福音)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먼저 출근하고, 남들이 꺼리는 야근을 도맡았다. 정수기 물통을 갈고, 회식 자리에서 고기를 굽고, 휴가도 반납했다.
'2년만 버티자. 그러면 나도 저들처럼 진짜 사원증을 목에 걸 수 있다.'
​그의 사원증은 줄 색깔이 다르다. 정규직은 파란색, 계약직은 주황색. 그 색깔 하나가 신분을 가르는 주홍글씨다.
그는 주황색 줄을 감추기 위해 셔츠 깃 안으로 밀어 넣었다.
​시간은 흘러 1년 11개월 차.
계약 만료를 한 달 앞둔 어느 날, 팀장이 그를 불렀다. 김 씨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드디어 그날이 온 것인가.
​회의실에서 팀장은 난처한 표정으로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근로 계약 만료 통지서]
​"김 씨, 미안하게 됐어. 회사 TO가 안 나네. 요즘 경기가 어렵잖아. 그동안 수고했어."
​머릿속이 하얘졌다.
"팀장님, 열심히 하면 된다고 하셨잖아요."
"아니, 내가 시켜준다는 게 아니라 가능성이 있다는 거였지. 그리고 김 씨 스펙이 좀 딸리잖아."
​그가 2년 동안 쏟아부은 '진짜 노력'은, 회사의 '가짜 약속' 앞에서 휴지 조각이 되었다.
회사는 애초에 그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2년 동안 싼값에 부려먹을, 말 잘 듣는 소모품이 필요했을 뿐이다. '정규직 전환'이라는 희망은 그를 쥐어짜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고문 도구였다.
​다음 날, 그의 책상은 깨끗이 비워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주황색 줄을 맨 신입이 앉았다. 팀장은 또다시 그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하고 있었다.
"열심히 하면 2년 뒤에..."
​희망 고문. 고문 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고문.
사람의 간절함을 미끼로 쓰는 그 잔인한 낚시질.
회사를 나서는 김 씨의 등 뒤로, 거대한 빌딩 숲이 그를 비웃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희망을 줬다 뺏는 건, 절망을 주는 것보다 죄질이 나쁩니다..."


* 이미지 출처 : Created by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