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열정 페이'라는 이름의 착취

제6부. [교육/입시] 출발선이 다른 달리기

by Napolia

​28. '열정 페이'라는 이름의 착취


​화려한 조명의 강연장. 유명 패션 디자이너가 마이크를 잡고 열변을 토한다.
"여러분, 돈을 좇지 마세요. 꿈을 좇으세요. 저도 라면만 먹으며 바닥부터 기었습니다. 그 열정이 저를 만들었습니다."
​청중석의 패션 학도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친다. 그들에게 저 디자이너는 신(神)이다.
강연이 끝나고, 디자이너는 선심 쓰듯 말한다.
"이번에 제 작업실에서 인턴을 몇 명 뽑습니다. 돈보다는 배움의 기회를 드리고 싶네요."
​경쟁률은 수백 대 일. 뽑힌 인턴들은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한다.
하지만 막상 들어간 '꿈의 공장'은 '착취의 수용소'였다.
​인턴의 하루는 청소로 시작해 커피 심부름으로 끝난다. 디자인은커녕 바늘 한번 잡아볼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하루 14시간을 서서 일하고, 원단 시장을 뛰어다니며 짐꾼 노릇을 한다.
​월급날. 통장에 찍힌 돈은 30만 원. 교통비와 식비를 빼면 마이너스다.
항의하는 인턴에게 디자이너 실장은 혀를 찬다.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어. 여기는 학원이야. 돈 내고 배워야 할 판에 돈까지 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이게 다 너희 포트폴리오가 되는 거야."
​이른바 '열정 페이'.
열정이라는 그 뜨겁고 순수한 단어를, 노동력을 공짜로 부려먹기 위한 구실로 악용한다.
"너 말고도 일할 애들 줄 섰어."
이 말은 그들이 휘두르는 가장 강력한 채찍이다.
​퇴근길, 인턴은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다리가 퉁퉁 부어 신발이 들어가지 않는다.
TV에는 그 디자이너가 나와 "청년들이여, 도전하라"며 웃고 있다.
​그의 성공 신화 뒤에는 수많은 청춘들의 공짜 노동이 갈려 들어가 있다. 그는 열정을 멘토링한 게 아니라, 열정을 착취하여 자신의 건물 벽돌을 쌓았다.
​가짜 멘토는 꿈을 볼모로 잡고 인질극을 벌인다.
진짜 열정은 30만 원짜리 싸구려가 아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열정은, 그저 도둑질일 뿐이다.





​[작가의 한마디]

"열정은 계산서에 포함되지 않는 무료 반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