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부. [교육/입시] 출발선이 다른 달리기
10월의 마지막 날, 강남의 한 유치원 앞은 영화 촬영장을 방불케 한다.
다섯 살, 여섯 살배기 아이들이 벤츠나 포르쉐에서 내린다. 아이들의 복장은 화려하다. 수십만 원짜리 디즈니 공주 드레스, 마블 히어로 슈트.
이곳은 간판부터 수업까지 모든 게 영어로 진행되는 소위 '영유(영어 유치원)'다. 한 달 원비가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다.
아이들은 "Trick or Treat!"를 외치며 사탕을 받는다. 발음은 굴러가지만, 뜻이나 알고 하는 소리인지는 알 수 없다. 엄마들은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셔터를 누른다.
"우리 애 발음 좀 봐. 역시 돈 들인 보람이 있어."
하지만 카메라 앵글 밖, 아이들의 표정은 묘하게 지쳐 있다.
아직 모국어도 제대로 떼지 못한 나이에, 아이들은 하루 종일 영어라는 낯선 언어 감옥에 갇혀 지낸다. 화장실 가고 싶다는 말도 영어로 해야만 허락되는 교실. 스트레스로 틱 장애가 오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엄마들의 경쟁은 아이들의 코스튬에서 절정을 이룬다.
"철수 엄마, 저 옷 직구한 거야? 이번 시즌 신상이라던데."
아이의 옷은 곧 부모의 재력과 정보력을 과시하는 수단이다. 핼러윈 파티는 아이들의 축제가 아니라, 부모들의 허영심을 채우는 가면무도회다.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차 안.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아이가 잠꼬대처럼 웅얼거린다.
"엄마, 나 그냥 놀이터에서 그네 타고 싶어..."
엄마는 못 들은 척 영어 동요 CD의 볼륨을 높인다.
"조금만 참아. 이게 다 너를 위해서야. 나중에 고마워할걸?"
그 '나중'을 위해 아이의 '지금'은 삭제된다.
한국말도 서툰 아이에게 혀를 굴리게 만드는 교육. 정체성도 확립되기 전에 남의 나라 귀신 축제를 흉내 내게 만드는 문화.
호박 가면을 쓴 아이들.
하지만 진짜 가면을 쓰고 있는 건, 아이의 행복을 위한다며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고 있는 부모들이다.
"혀는 꼬부라졌는데, 마음은 펴지지 않았더군요..."
* 이미지 출처 : Created by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