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부. [교육/입시] 출발선이 다른 달리기
입시철 대학가는 총성 없는 전쟁터다. 하지만 그 전쟁의 양상은 공정하지 않다. 총을 든 병사와 탱크를 탄 병사의 싸움이다.
여기 두 명의 아이가 있다.
한 아이의 생활기록부는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시다. 고등학생이 대학 연구소에서 인턴을 하고, SCI급 국제 학술지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다. 해외 봉사 활동 내역은 빼곡하고, 각종 경시대회 상장은 스크랩북을 몇 권이나 채운다.
질문해보자. 열여덟 살 고등학생이 미적분도 다 떼기 전에 난치병 치료에 관한 의학 논문을 쓰는 게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것은 아이의 능력이 아니다. 대학교수 친구를 둔 '아빠의 인맥'이자, 수천만 원짜리 컨설팅 업체를 고용한 '엄마의 정보력'이다. 아이는 그저 부모가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 그 논문의 내용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이 아이는 부모의 돈과 욕망으로 정교하게 조립된 '입시용 사이보그'다. 껍데기는 학생이지만, 알맹이는 부모의 대리전 결과물인 셈이다.
반면, 다른 한 아이가 있다. 흙수저, 아니 '맨손'인 아이다.
이 아이의 스펙은 초라하다. 교내 백일장 장려상, 개근상, 그리고 학생부 종합란에 적힌 담임 선생님의 상투적인 칭찬 몇 줄이 전부다.
그 아이가 밤새워 푼 문제집은 산처럼 쌓여 있고, 손가락에는 펜을 너무 오래 쥐어 생긴 굳은살이 훈장처럼 박혀 있다. 편의점 알바를 하며 바코드 찍는 틈틈이 손등에 영어 단어를 적어가며 외웠다.
이 아이의 지식은 투박하지만 온전한 '자기 것'이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머리를 쥐어짜며 체득한 '진짜 실력'이다.
결전의 날, 면접장.
교수들은 화려한 스펙을 가진 금수저 아이에게 관심을 보인다.
"고등학생이 이런 연구를 하다니 대단하군."
아이는 학원에서 수십 번 리허설한 모범 답안을 앵무새처럼 읊는다. 그 대답마저도 엄마가 고용한 전문가가 써준 스크립트다. 교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서류가 완벽하니까.
맨손인 아이 차례가 왔다. 교수는 시큰둥하다. 볼 게 없으니까.
아이는 더듬거리지만 진심을 다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알바를 하며 느꼈던 사회의 모순, 늦은 밤 독서실에서 느꼈던 배움의 희열. 하지만 교수는 하품을 참으며 시계를 본다. 그 진심에는 '증빙 서류'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는 뻔하다.
엄마가 써준 논문과 아빠가 만들어준 스펙을 든 아이는 합격증을 거머쥔다.
맨몸으로 정직하게 땀 흘린 아이는 불합격 통보를 받는다.
합격한 아이는 자신이 잘나서 된 줄 알 것이고, 떨어진 아이는 자신이 못나서 떨어진 줄 알 것이다. 이것이 가장 잔인한 부분이다. 시스템이 '가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진짜'에게 패배감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대학(大學). 큰 배움이 있는 곳이라 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은 배움의 전당이 아니라, 부모의 부와 권력이 자녀에게 세습되는 것을 합법적으로 인증해 주는 '세탁소'가 되어버렸다.
부모들이여, 자식의 스펙을 위조하며 기뻐하지 마라.
당신들은 자식을 명문대에 보낸 것이 아니라, 자식을 '사기꾼'으로 데뷔시킨 것이다. 스스로 성취하는 기쁨을 거세당한 그 아이는, 평생 당신들이 만들어준 가짜 껍데기 속에서 질식해 갈 것이다.
"논문에는 참고문헌이 있었지만, 양심은 없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Created by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