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부. [소비] 믿음의 배신, 절약의 굴레
동네의 작은 빵집. 입구부터 고소한 버터 냄새가 발길을 잡는다.
간판에는 [100% 유기농 밀가루, 천연 발효종, 우리 아이가 먹는 빵]이라고 적혀 있다.
가게 안은 소박하고 따뜻하다. 제빵사는 하얀 가운을 입고 반죽을 하고 있다.
젊은 엄마가 들어온다.
"사장님, 우리 애가 아토피가 있어서요. 이거 정말 유기농 맞죠?"
사장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그럼요. 저도 제 자식 먹인다는 마음으로 만듭니다. 방부제 하나도 안 들어가요."
식빵 하나에 8,000원.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두 배나 비싸지만, 엄마는 주저 없이 카드를 내민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돈은 아깝지 않다. 엄마는 빵을 품에 안고 행복하게 나간다.
그날 밤, 빵집 뒷골목.
쓰레기 수거 차량이 오기 전, 사장은 가게 뒷문으로 나와 빈 포대 자루들을 내놓는다.
어둠 속에 쌓이는 하얀 자루들. 그 자루에는 영어가 가득 적혀 있다. 대형 마트나 코스트코에서 파는 대용량 수입 밀가루다. 농약과 방부제가 듬뿍 들어간, 가장 싼 밀가루.
가게 안쪽 창고에는 보여주기용으로 사 둔 유기농 밀가루 한 포대가 뜯기지도 않은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쇼윈도에는 '천연 발효'라 써 붙였지만, 반죽기 안에는 이스트와 개량제가 듬뿍 들어간다.
엄마의 간절한 모성애(진짜)는 사장의 마진율(가짜)을 높여주는 도구로 쓰였다.
아이는 그 빵을 먹고 밤새 몸을 긁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유기농이라 명현 현상인가?"라며 의심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고소한 빵 냄새 뒤에 숨겨진 곰팡이 같은 양심.
"우리 아이가 먹는 빵"이라는 문구는, "내 아이만 아니면 뭘 먹여도 상관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었을까.
"아이의 아토피보다, 사장님의 양심이 더 가려울 것 같은데..."
* 이미지 출처 : Created by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