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유기농 빵집의 수입 밀가루

제5부. [소비] 믿음의 배신, 절약의 굴레

by Napolia

24. 유기농 빵집의 수입 밀가루


​동네의 작은 빵집. 입구부터 고소한 버터 냄새가 발길을 잡는다.
간판에는 [100% 유기농 밀가루, 천연 발효종, 우리 아이가 먹는 빵]이라고 적혀 있다.
가게 안은 소박하고 따뜻하다. 제빵사는 하얀 가운을 입고 반죽을 하고 있다.
​젊은 엄마가 들어온다.
"사장님, 우리 애가 아토피가 있어서요. 이거 정말 유기농 맞죠?"
사장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그럼요. 저도 제 자식 먹인다는 마음으로 만듭니다. 방부제 하나도 안 들어가요."
​식빵 하나에 8,000원.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두 배나 비싸지만, 엄마는 주저 없이 카드를 내민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돈은 아깝지 않다. 엄마는 빵을 품에 안고 행복하게 나간다.
​그날 밤, 빵집 뒷골목.
쓰레기 수거 차량이 오기 전, 사장은 가게 뒷문으로 나와 빈 포대 자루들을 내놓는다.
어둠 속에 쌓이는 하얀 자루들. 그 자루에는 영어가 가득 적혀 있다. 대형 마트나 코스트코에서 파는 대용량 수입 밀가루다. 농약과 방부제가 듬뿍 들어간, 가장 싼 밀가루.
​가게 안쪽 창고에는 보여주기용으로 사 둔 유기농 밀가루 한 포대가 뜯기지도 않은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쇼윈도에는 '천연 발효'라 써 붙였지만, 반죽기 안에는 이스트와 개량제가 듬뿍 들어간다.
​엄마의 간절한 모성애(진짜)는 사장의 마진율(가짜)을 높여주는 도구로 쓰였다.
아이는 그 빵을 먹고 밤새 몸을 긁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유기농이라 명현 현상인가?"라며 의심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고소한 빵 냄새 뒤에 숨겨진 곰팡이 같은 양심.
"우리 아이가 먹는 빵"이라는 문구는, "내 아이만 아니면 뭘 먹여도 상관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었을까.




​[작가의 한마디]

"아이의 아토피보다, 사장님의 양심이 더 가려울 것 같은데..."


* 이미지 출처 : Created by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