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 오늘... 길(03)

안전운전

by Napolia

안전운전


운전대를 잡아본 사람은 안다.


우리가 차를 움직여 나아가는 곳은 매끈하게 뻗은 고속도로만은 아니라는 것을. 어떤 날은 꽉 막힌 도심 한복판에 갇히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예고 없이 튀어나온 방지턱에 덜컹거리기도 하며, 지도에도 없는 비포장 자갈밭을 지나야 할 때도 있다.


이 긴 여정에서 우리가 가진 유일한 실재(實在)는, 지금 내 손이 꽉 쥐고 있는 핸들의 감각과 전면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지금'의 풍경뿐이다.


우리는 종종 백미러를 보며 한숨을 쉰다. "아까 그 길로 빠졌어야 했는데", "출발이 너무 늦었는데"라며 지나온 뒤쪽만 바라보다가는 정작 눈앞의 커브 길을 놓치고 만다. 백미러는 아주 가끔, 뒤따라오는 차와의 간격을 확인할 때나 필요한 도구다. 계속 뒤만 보고 운전한다면 그 끝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뿐이다. 지나온 길은 이미 내 차바퀴 뒤로 멀어졌다. 그곳으로 되돌아갈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비게이션에 찍힌 '목적지'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다. 목적지는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일러주는 북극성일 뿐, 지금 당장 내 바퀴 밑에 깔린 웅덩이를 피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마음이 급해 과속페달을 밟아대면 엔진은 굉음을 내고, 시야는 좁아진다. 목적지에 빨리 닿고 싶은 욕심이 사고를 부르는 법이다. 과속은 용기가 아니라 객기다.


진정한 베스트 드라이버는 시선을 유연하게 쓴다. 그들은 '멀티 포커싱'의 귀재들이다.


가끔은 먼 지평선을 보며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가늠하고, 바로 다음 순간에는 시선을 거두어 당장 내 차 바로 앞의 노면 상태를 살핀다. 멀리 보되 가까운 곳을 소홀히 하지 않고, 가까운 곳을 살피되 방향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사고 없이 목적지에 닿는 유일한 비결이다.


물론 멈추지 않고 달리기만 할 수는 없다. 경고등이 들어오면 주유소에 들러야 하고, 졸음이 쏟아지면 휴게소에 차를 세워야 한다. 엔진을 식히고 기름을 채우는 그 시간은 낭비가 아니라, 완주를 위한 필수적인 '정비'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않은 채 억지로 끌고 가는 운전은 흉기나 다름없다.


결국 인생이라는 드라이브에서 '길'은 내가 가야 할 꿈이고, '오늘'은 그 길 위를 실제로 굴러가게 만드는 엔진이다. 목적지가 아무리 근사해도 오늘 시동을 걸지 않으면 그 차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고, 반대로 엔진이 아무리 좋아도 목적지가 없다면 그 운전은 그저 연료 낭비일 뿐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목적지는 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 내가 꽉 쥐고 있는 핸들의 떨림, 그리고 액셀을 밟는 내 발끝의 감각 속에 이미 들어와 있다.


그러니 기억하자.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구간은 뻥 뚫린 고속도로도, 편안한 휴게소도 아닌, 바로 지금 내 바퀴가 지나고 있는 '오늘'이라는 구간임을. 오늘을 안전하게 주행하지 않고서는, 결코 내일이라는 목적지에 닿을 수 없다.




B&E 01년 11월 어느 날


오늘도 나의 길에서 한걸음 한걸음 묵묵히 나아가겠다.

​"Again today, I will steadfastly walk my path, step by step."




* 이미지 출처 :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