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은 "거울"이다

by Napolia


나의 글은 거울이다.


그것도 아주 예민하고, 잔인할 만큼 투명한 거울이다.
흰 화면이나 원고지 앞에 앉아 첫 문장을 적을 때, 나는 종종 두려움을 느낀다. 그 문장은 단순한 활자의 나열이 아니다. 그 순간의 내 마음, 진심의 농도, 심지어 애써 외면해 온 비겁함까지도 숨김없이 비춰낸다. 마치 새벽 거울 앞에 설 때, 어둠 속에서만 버텨온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문장을 다듬을 때마다 옷매무새를 고치듯 조심스레 손을 댄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하게 다듬어도, 문장 속에 담긴 ‘나’만큼은 속일 수 없다. 글은 결국 나의 결을 따라가며, 나의 틈을 닮는다.

소설 속 인물을 그려낼 때도 마찬가지다. 인물의 숨소리에 내 숨을 맞추지 않고, 그저 겉모양만 흉내 낸다면 글은 즉시 생명력을 잃는다. 뿌리 없이 물 위를 떠다니는 나뭇잎처럼 금세 공허해진다. 때로는 인물의 고통이 너무 날카로워 눈을 돌리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을 외면한 순간, 글은 나를 버리고 멀어져 간다.

화려한 수사와 기교로 문장을 치장하는 것은 거울에 뽀얀 김을 불어넣는 일과 같다. 잠시 그럴싸해 보일지 몰라도, 그 김은 금세 사라지고 결국 민낯이 드러난다. 나를 비추지 않는 거울은 거울이 아니다. 허상일 뿐이다.

두려운 것은 독자의 눈이다. 글을 읽는 사람은 놀랄 만큼 정확히 안다. 작가가 진짜 마음을 살점을 떼어내듯 꺼냈는지, 아니면 잉크만 묻힌 문장을 늘어놓았는지. 진심이 빠진 문장은 독자의 가슴에 닿기도 전에 소리 없이 바스러진다.

그러니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정직해져야 한다. 벌거벗은 마음을 마주할 용기가 없다면 펜을 들면 안 된다.


나를 비추지 못하는 글은, 결국 그 누구도 비출 수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