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은 빛과 어둠이다.
나는 그늘이 편한 아이였다. 햇살 아래 왁자지껄한 틈에 끼지 못하고, 늘 구석진 자리를 찾아 숨어들었다. 남들이 무서워 피하는 어둠이 내게는 도리어 안온한 요람이었다. 캄캄한 어둠은 나의 유일한 벗이자, 무한한 캔버스였다. 현실이 소거된 자리에 나는 나만의 세계를 지었다. 타인의 시선도, 감정의 낭비도 없는 완벽한 고요. 나는 그 속에 살았다.
그러나 시간을 쫓아 들어온 빛줄기들이 아이들과 엮이며 시나브로 퍼져나갔다. 자연스레 친구가 생겼고, 그 관계들은 오랫동안 어둠이 독차지했던 내 공간을 서서히 빛의 영역으로 옮겨 놓았다.
어둠이 물러난 자리에 들어선 ‘빛’은 내게 세상을 가르쳤다. 타인의 표정을 읽게 했고, 억지로라도 웃는 법을 훈련시켰다.
이제 와 생각하니 쓴다는 건, 결국 이 빛과 어둠 사이를 오가는 처절한 왕복이다.
어둠 속에서 길어 올린 고독한 상상을, 빛 아래서 배운 세상의 언어로 번역해 내는 일. 너무 어두워 가라앉아서도 안 되고, 너무 밝아 깊이를 잃어서도 안 된다.
나의 글은 어둠이 낳고, 빛이 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