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 빛과 어둠, 거울, 발자국, 못, 그리고 밥.
돌아보면 내가 써온 글의 재료들은 언제나 내 곁에 묵묵히 놓여 있던 것들이었다. 화려한 장식품도, 박물관 진열장에 들어갈 만한 보물도 아니다. 손때 묻고 생활의 냄새가 밴, 소리 없이 하루를 지탱해 준 사물들이다.
아마 나에게 글쓰기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고상한 예술이라기보다, 밥을 짓고 걸레질을 하고 못을 박는 일상 같은 것. 영감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살아내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는 일. 글을 쓴다는 행위가 어느새 내 삶의 노동이 되고, 또 그 노동이 나를 버티게 한다.
다시, 무뎌진 연필을 든다. 칼끝을 조심스레 대고 사각사각 깎아 내려간다.
나무가 벗겨지는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둔하던 흑심은 점점 날카로운 형태를 드러낸다. 마음도 이와 같을 것이다. 하루하루에 닳아 흐릿해진 감각을 매일 조금씩 다시 벼려내는 일. 글을 쓰는 시간은 어쩌면 그 과정 자체다.
잘 깎인 연필심이 내 손끝에서 조용히 반짝인다.
“자, 이제 무엇을 쓸 거냐?”
묵묵히 묻는 듯한 그 시선 앞에서, 나는 말 대신 새하얀 종이를 펼친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또 시작되었고, 나는 다시 쓸 준비가 되었다.
나를 위하여.
그리고 언젠가 이 글 앞에 멈춰 설 당신을 위하여.
* "글은 ..... 이다" 연재를 마치며
브런치에 입성하며 '글'에 대한 저만의 정체성을 다잡고 싶어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쑥스럽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누군가에게 제 마음이 읽힌다는 사실이.
많이 부족합니다... 훌륭한 선배 작가님들에 비해 한참 늦게 시작한 글쓰기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여전히 서투릅니다... 오직 저 자신에게만 보였던 글이라.
투박한 글이라 할지라도 나름의 원칙을 갖고 뚜벅뚜벅 나아가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