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변] 빈 잔을 채우는 다짐
브런치 새내기인 탓에 작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제 글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고자 시작한 연재였습니다. 그런데 에필로그까지 마침표를 찍고 나서야, 브런치북을 엮기 위해서는 최소 10편 이상의 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잠시 고민했습니다. 억지로 분량을 늘리기보다는, 이 기회에 글의 방향을 확장해보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글이 지난 시간을 되짚어 자성(自省)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면, 이후 글들은 앞으로 제가 써 내려갈 글의 지향점, 그 미래에 대한 다짐으로 채우려 합니다.
과거의 저를 딛고, 미래의 글로 나아가려는 저의 다짐을 너그럽게 지켜봐 주십시오.
그리고 선배 작가님들과 독자 여러분의 따끔한 질책과 따뜻한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나의 글쓰기는 "소주 한 잔"이고 싶다.
화려한 향으로 코를 현혹하는 와인도 아니고, 묵직한 오크통에서 세월을 뽐내는 양주도 아니다. 나는 기어이 투박한 초록색 병에 담긴 소주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인생은 본래 쓰다. 하지만 묵묵히 견디다 보면 기어코 단맛이 배어 나오는 순간이 있다. 내 글이 그 맛을 닮기를 바란다. 첫 문장은 쓴 소주처럼 현실의 비루함을 정직하게 찌르더라도, 목을 타고 넘어가는 끝맛에는 "그래도 살만하다"는 은은한 단맛을 남기는 위로이고 싶다.
무엇보다 투명하고 싶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저 맑은 액체처럼, 억지스럽게 색을 칠하거나 탁하게 멋 부리지 않는 정직한 문장이기를 원한다. 잔을 기울이면 그 너머의 세상이 굴절 없이 보이는, 그런 깨끗한 시선을 갖고 싶다.
그리고 나는, '여섯 잔 반'의 미학을 지향한다.
소주 한 병을 비우면 딱 일곱 잔이 나오지 않고 여섯 잔 반이 채워진다.(사람의 취향 따라 다르겠지만) 가득 채워지지 않는 그 반 잔의 부족함. 누군가는 그것을 상술이라 욕하지만, 나는 내 글이 딱 그만큼 부족했으면 좋겠다.
너무 완벽해서 숨 쉴 틈 없는 글보다는, 어딘가 빈 구석이 있어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로 그 반 잔을 채울 수 있는 글. 그 아쉬움과 여백 때문에 결국 다음 병을 따게 만드는, 사람 냄새나는 중독성을 갖고 싶다.
가장 낮은 식탁 위에서, 가장 고단한 사람의 입술을 적시는 술.
나는 그런 소주 한 잔 같은 글을 쓰고 싶다.
* 이미지 출저 : Created by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