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전통시장의 '가짜 손주' 떴다방

제2부. [현장] 땀방울이 배신당하는 순간들

by Napolia

​08. 전통시장의 '가짜 손주' 떴다방


​시장 어귀, 빈 점포에 요란한 뽕짝 음악이 울려 퍼진다.
"자, 엄니들! 오시기만 해도 화장지가 공짜! 계란이 공짜!"
​유니폼을 맞춰 입은 젊은 청년들이 지나가는 할머니들의 손을 덥석 잡는다. 그들의 눈빛은 양순하고, 말투는 살갑기가 그지없다.
"아이고, 우리 엄니 허리가 왜 이리 굽으셨어. 내가 주물러 드릴게."
​할머니들은 홀린 듯 천막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은 외로운 노인들을 위한 가짜 천국이다. 청년들은 재롱잔치를 하고, 안마를 해주고, "엄마, 엄마" 하며 살을 비빈다.
​1년 내내 전화 한 통 없는 서울 간 진짜 아들보다, 땀 뻘뻘 흘리며 내 어깨 주물러주는 이 낯선 청년이 더 아들 같다. 할머니들의 굳게 닫힌 마음이, 그 '가짜 효도' 앞에서 무장해제된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청년들은 본색을 드러낸다.
"엄니, 내가 엄니 건강해서 오래오래 사시라고 이거 구해왔어. 이거 먹으면 굽은 허리가 펴지고 눈이 번쩍 뜨여."
​정체불명의 건강식품. 원가는 몇천 원인데 가격표엔 30만 원, 50만 원이 적혀 있다.
할머니들도 안다. 저게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걸. 저 청년들이 내 돈을 노리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안다.
​하지만 할머니는 쌈짓돈을 꺼낸다. 꼬깃꼬깃한 지폐 뭉치를 청년의 손에 쥐여준다.
왜일까. 약을 산 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보고 웃어주고 내 손을 잡아주는 그 '온기'를 산 것이다. 비록 그것이 상술로 빚어낸 가짜 온기일지라도, 차가운 빈방에서 혼자 TV만 보며 삭여야 했던 절대 고독보다는 따뜻했으니까.
​약을 팔아치운 떴다방 청년들은 며칠 뒤면 썰물처럼 사라질 것이다. 천막이 걷힌 자리에 남는 건, 효능 없는 약병을 껴안고 다시 혼자가 된 할머니뿐이다.
​사기꾼을 욕하기 전에 가슴이 먼저 먹먹해진다.
가짜 아들이 진짜 아들보다 더 살가운 세상. 그 서글픈 역설이 할머니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 30만 원짜리 가짜 약병 속에 담긴 건, 늙은 어미의 지독한 외로움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약값 30만 원은, 지독한 고독의 몸값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