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현장] 땀방울이 배신당하는 순간들
시장 어귀, 빈 점포에 요란한 뽕짝 음악이 울려 퍼진다.
"자, 엄니들! 오시기만 해도 화장지가 공짜! 계란이 공짜!"
유니폼을 맞춰 입은 젊은 청년들이 지나가는 할머니들의 손을 덥석 잡는다. 그들의 눈빛은 양순하고, 말투는 살갑기가 그지없다.
"아이고, 우리 엄니 허리가 왜 이리 굽으셨어. 내가 주물러 드릴게."
할머니들은 홀린 듯 천막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은 외로운 노인들을 위한 가짜 천국이다. 청년들은 재롱잔치를 하고, 안마를 해주고, "엄마, 엄마" 하며 살을 비빈다.
1년 내내 전화 한 통 없는 서울 간 진짜 아들보다, 땀 뻘뻘 흘리며 내 어깨 주물러주는 이 낯선 청년이 더 아들 같다. 할머니들의 굳게 닫힌 마음이, 그 '가짜 효도' 앞에서 무장해제된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청년들은 본색을 드러낸다.
"엄니, 내가 엄니 건강해서 오래오래 사시라고 이거 구해왔어. 이거 먹으면 굽은 허리가 펴지고 눈이 번쩍 뜨여."
정체불명의 건강식품. 원가는 몇천 원인데 가격표엔 30만 원, 50만 원이 적혀 있다.
할머니들도 안다. 저게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걸. 저 청년들이 내 돈을 노리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안다.
하지만 할머니는 쌈짓돈을 꺼낸다. 꼬깃꼬깃한 지폐 뭉치를 청년의 손에 쥐여준다.
왜일까. 약을 산 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보고 웃어주고 내 손을 잡아주는 그 '온기'를 산 것이다. 비록 그것이 상술로 빚어낸 가짜 온기일지라도, 차가운 빈방에서 혼자 TV만 보며 삭여야 했던 절대 고독보다는 따뜻했으니까.
약을 팔아치운 떴다방 청년들은 며칠 뒤면 썰물처럼 사라질 것이다. 천막이 걷힌 자리에 남는 건, 효능 없는 약병을 껴안고 다시 혼자가 된 할머니뿐이다.
사기꾼을 욕하기 전에 가슴이 먼저 먹먹해진다.
가짜 아들이 진짜 아들보다 더 살가운 세상. 그 서글픈 역설이 할머니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 30만 원짜리 가짜 약병 속에 담긴 건, 늙은 어미의 지독한 외로움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약값 30만 원은, 지독한 고독의 몸값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