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관계] 사랑과 우정마저 거래되는 장터
"사랑? 그게 밥 먹여줘?"
드라마 대사가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 결혼 시장의 제1강령이다.
토요일 오후, 호텔 커피숍.
맞선 테이블에 마주 앉은 남녀 사이에는 미묘한 탐색전이 오간다. 대화의 주제는 취미나 좋아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들은 서로의 '재무제표'를 확인하고 있다.
"실수령액은 어떻게 되세요?"
"부모님 노후 준비는 완벽하신가요?"
"신혼집은 자가(自家)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남자는 전문직 면허증을 테이블 위에 보이지 않게 올려두었고, 여자는 강남에 있는 부모님 소유의 등기부등본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그들의 눈빛은 연인을 바라보는 설렘이 아니라, 인수합병(M&A) 계약서의 독소 조항을 검토하는 투자자의 눈빛이다.
조건과 조건의 결합. 사람들은 이것을 "천생연분"이라며 박수를 보낸다. 결혼식장에서 그들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지만, 그 맹세의 유효기간은 '조건이 유지되는 한'이다. 심장은 뛰지 않지만 계산기는 맹렬하게 돌아가는 이 '가짜 연인'들은, 이 시대가 추구하는 가장 합리적인 결혼 모델이다.
반면, 여기 '미련하다'고 손가락질받는 진짜 연인이 있다.
그들의 데이트 장소는 좁은 자취방이다. 편의점 4캔 만 원짜리 맥주를 나눠 마시며 그들은 서로의 체온에 기댄다. 남자가 가진 건 낡은 운동화와 성실함뿐이고, 여자가 가진 건 따뜻한 응원뿐이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벽이 그들의 방문을 두드린다.
"너네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내 친구는 이번에 30평 아파트 해왔다더라."
비교라는 독화살이 날아들 때마다 견고했던 사랑에 금이 간다. 전세 대출이 거절당한 날, 남자는 고개를 숙였고 여자는 울었다.
"우리 헤어지자. 자신이 없어."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다. 돈이 없어서다. '진짜 사랑'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무능한 죄인이 되고, '현실 감각'이라는 차가운 단어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가짜 사랑은 펜트하우스에서 와인을 마시며 건조한 삶을 영위하고, 진짜 사랑은 골방에서 소주를 마시며 지난날의 뜨거움을 안주 삼아 운다.
계산기가 심장을 이기는 세상.
조건 때문에 사랑을 버리고 배경 때문에 사람을 선택한 삶. 그 안락한 침대 위에서 당신은 과연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까. 옆에 누운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인가, 아니면 당신 명의의 아파트를 사랑하는 것인가.
" 콩닥콩닥 심장 소리가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보다 커졌으면..."